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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superbin) 창업자 김정빈(46)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수퍼빈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수퍼빈은 일명 ‘쓰레기통’ 회사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만들어 재활용 가능한 자원만 수거하고, 수거한 자원을 저장하고 이동시켜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네프론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기본 단위이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걸러 내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순환자원 회수로봇 이름을 네프론으로 지었다.
김 대표는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쓰레기를 대하는 행동양식을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네프론’이다”라며 “재활용품을 투입하면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 쓰레기는 곧 ‘돈’이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재활용하는 행위는 ‘놀이문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네프론 사용법은 간단하다. 자판기 화면에서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고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네프론이 순환자원을 인식하고 자동 분류한다. 이후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포인트 적립(페트병 10·캔15포인트)이 완료된다. 수퍼빈 홈페이지 가입 후 포인트 전환을 신청하면 2000원 이상부터 1000단위로 계좌 입금 방식으로 환급된다. 1포인트당 1원이다.
김 대표는 2015년 6월 수퍼빈을 창업했다. 그는 미국 오리건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얻은 후 2003년 국내 철강업체 코스틸을 거쳐 삼성화재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하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실현을 하고 싶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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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은 창업 4년 만에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에 네프론 약 47대(5월 기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미 60대(대당 가격은 2000만원)의 추가주문도 받은 상태다. 포인트 환급액만 월 1000만 원 정도이다. 수퍼빈은 △현금보상 시스템 △자체 운반 및 운영 시스템 △순환자원의 활용 등의 프로세스로 생산자와 참여자가 책임감을 갖고 쓰레기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수퍼빈은 향후 3년 내 1000대의 네프론을 전국에 설치하고 연 수익 36억원을 내는 게 목표다. 수퍼빈은 네프론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고용한 자체운반 서비스를 실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장벽도 만났다. 앞서 경북 구미시가 네프론 총 6대를 이용 후 비용 대비 효용(약 600t 재활용 비용이 기존 40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어드는 효과)이 좋자 시 전체에 120대의 네프론을 설치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특혜시비’ 논란을 예상·우려해 관련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김 대표는 “재활용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킨 스타트업은 현재 수퍼빈뿐이며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우수한 성능과 재활용 효과를 입증했지만 예산 편성이 안 된 것은 아쉽다”며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조달로 먼저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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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마트는 지난 28일부터 9월 5일까지, 총 70일간 월요일을 제외하고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