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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서 술 팔다 기소유예된 외국인…法 "귀화불허 위법"

송승현 기자I 2019.04.01 06:00:00

"한 차례 기소유예만으로 '품행 미단정'으로 볼 수 없어"

서울시 강남구 양재동에 위차한 서울행정법원 앞 머릿돌.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노래방에서 술을 팔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외국인에게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귀화를 불허한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중국인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귀화불허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귀화불허 처분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국 국적의 어머니를 둔 A씨는 2015년 5월 한국에 입국한 후 1년 뒤 특별귀화를 신청했다. 특별귀화 신청이란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한국 국민이거나 국가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 과학·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해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 등이 신청하는 귀화신청을 말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A씨가 노래방에서 주류를 판매했다가 2017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품행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허 처분했다. 국적법 제5조는 귀화의 조건 중 하나로 법령을 준수하는 등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출 것을 명시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에게 필요한 품성 및 행동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 차례 기소유예 처분만을 가지고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법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사정만으로 귀화를 불허할 경우 A씨는 한국 내 외국인 신분으로 강제퇴거가 될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생활상 주어지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도 일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는 어머니뿐 아니라 동생도 한국 국적을 가졌고, 이미 입국한 이래 약 3년을 생활하면서 생활터전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귀화신청을 허가할 필요성이 더 커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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