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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영업익 12%↑…애경산업 58%↑
1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051900)과 애경산업은 지난해 화장품사업의 고속성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오른 6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1.7% 증가한 1조393억원을 보였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화장품사업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1% 성장한 3조9054억원, 영업이익은 23.1% 증가한 7827억원이다.
LG생활건강이 이렇듯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가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매출 2조원을 넘긴 영향이 크다.
애경산업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매출은 11% 오른 6996억원,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786억원이었다. 애경산업 역시 화장품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화장품사업의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반면, 그동안 K뷰티를 이끌어온 로드숍 브랜드들은 지난해 위기에 봉착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 단체관광객의 감소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가 본격화되면서 매장을 싹쓸이하던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단일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로드숍과 달리 H&B 매장에선 여러 국내외 브랜드를 접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성이 높다. 특히, H&B 업체들은 일반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쉽게 구매하기 힘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브랜드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나섰다.
◇공시지가 상위 10곳 중 6곳 명동 화장품 매장
상승세가 꺽이지 않는 임대료 부담도 로드숍 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공시지가 상위 1~10위 중 6곳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화장품 매장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1억8300만원(㎡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토니모리, VDL, 라네즈, 더샘, 아이오페 매장 등의 공시지가가 ㎡ 당 1억원을 넘겼다.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지난 2016년 2조8110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17년 2조290억원에서 지난해 시장규모는 이보다 15% 가량 더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매장 효율화 등의 일환으로 매장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6년까진 매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로드숍 매장수는 5200개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6년 대비 7.8%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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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스킨푸드 사태’는 로드숍 신화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스킨푸드 법정관리, 로드숍 불안감 고조
스킨푸드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영난이 이어지며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한 가맹점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낸 상태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니 소비자들도 발길을 끊는 상황이다.
현재 스킨푸드는 조윤호 대표 대신 김창권 전 한국제지 대표이사를 새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제각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구사 중이다.
우선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적자 속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H&B 매장 등에서 인기를 끈 ‘돼지코팩’을 생산하는 미팩토리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어 올해도 화장품 수입·유통업체 제아H&B와 약국 화장품업체 지엠홀딩스 지분을 각각 60%씩 인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M&A를 통해 제품군 확대는 물론 유통 채널 포트폴리오까지 넓힐 방침이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H&B 매장의 성장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더페이스샵 매장을 화장품 편집 매장 ‘네이처컬렉션’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장 850개 중 220여개가 정체성을 바꿨다. 특히 LG생활건강 내 브랜드는 물론 타사 브랜드까지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반면 토니모리는 자사 로드숍이 아닌 H&B 매장이나 화장품 편집매장 입점을 생존책으로 삼았다. 아울러 홈쇼핑 등에도 진출해 유통 채널을 넓힐 계획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로드숍 시장은 올해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장 효율화 등 구조조정과 더불어 독자적인 생존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스킨푸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