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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동안 뮤지컬시장은 예매율 순위처럼 제대로 된 흥행 성적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시장’으로 불려왔다. 특히 1000석 이상의 대극장에 오르는 대형 뮤지컬의 경우 공연 특성상 대형 자본의 투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이 없어 산업화가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오는 6월 25일부터 이러한 ‘깜깜이 시장’도 사라질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통해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관련 자료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공포된 공연법 개정안에는 공연장운영자, 공연기획·제작자 등 공연 관계자가 공연 정보를 누락하거나 조작하지 않은 상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전송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전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201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5년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보 제공에 동의한 곳에 한해서만 정보를 수집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공연법 개정안으로 공연자료 제공 의무화에 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는 뮤지컬도 영화 박스오피스나 음원차트처럼 제대로 된 흥행성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가장 달라지는 것은 모두가 똑같이 공연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예매율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집된 공연 관련 정보를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을 소개하고 알리는 방안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단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다. 공개 범위는 추후 시행령을 통해 확정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매율까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자 한다”며 “수집된 정보 중 공연단체나 전문가 등이 필요로 할 경우 개별적인 요청에 따라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는 장르와 극장에 따라 티켓 가격이 일정하지 않은 공연 특성상 공개하지 않을 전망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본격화하면 앞으로 뮤지컬에 대한 투자 결정도 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장은 “뮤지컬은 예술이면서 산업이지만 그동안 시장 투명성이 없어서 투자 받는 것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시장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작사들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시행령을 통해 공연의 특수성을 보다 명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인석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은 “제작사마다 시스템을 갖춰 공연을 제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공업처럼 제작하는 곳도 있다”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이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단기적으로는 여러 파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