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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건설 측은 분양 미수금 100억원이 회수돼야 법정관리를 간신히 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년 경기 하락을 예상해 미리 사업을 접으려는 중소형 건설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중심 중소형 건설사, 유동성 위기 미리 감지…경영권 던져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부동산 경기 악화 징후가 벌써부터 국내 M&A 시장에 감지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에 민감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제적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려는 매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중소형 바이아웃 전문 사모펀드 관계자는 “최근 매각 의사를 밝힌 중소형 건설사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며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비해 미리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M&A 매물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기업의 건설사 매각 문의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인수가를 제시하면 여기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는 딜들이 나와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M&A 시장은 실물 경기를 선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자동차,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꺾이기 전에는 늘 관련 구조조정 물건들이 먼저 시장에 나왔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때 건설사가 연쇄 부도하는 일도 빈번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12년 시공능력평가 150위 건설회사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25개사로 6곳 중 1곳 꼴이었다.
◇인수 타이밍은 글쎄…건설업 양도 전년 대비 두배 급감
주택경기에 민감한 중소형 건설사들에게 보다 치명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지방자치단체 수주와 해외 사업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기 때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택지를 잡아 주택 사업 위주로 하는 중소 건설사들은 향후 2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현장에선 주택 분양을 위해 미리 택지를 확보했던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동성이 바닥난 건설사들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기존 알짜 자산들은 다 매각하면서 보유주식 처분과 계열사 차입 등이 방법을 쓰고 있다. 중흥건설의 계열사인 중흥토건은 계열사인 에코세종으로부터 310억원을 단기 차입했고, 동아건설산업은 계열회사 우방에서 49억원을 차입했다.
대형사들마저 가세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0일 보유하고 있던 롯데자산개발의 주식 약 476만주를 장외처분해 현금 388억원을 확보했다.
심지어 공사 1년전부터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내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동북선 경전철 사업주인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금융주간사인 한화자산운용은 연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착공을 1년이나 남긴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진행하는 동북선 경전철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하락 초입 국면에서 건설사 인수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건설 경기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CBSI(건설경기지수)는 85.2로 추락하더니 5월 들어서는 84.7, 6월 81.9를 기록했다.
실제로 올들어 건설업 M&A 건수가 급감했다. 건설포탈 건설114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종합건설업 양도 등록건수는 총 191건으로 지난해 대비(268건)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꺾인 굴뚝산업이라도 매수 타이밍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바닥을 친 산업의 턴어라운드 시점에 인수하는 것이 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