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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한국시간)부터 8일까지 올해로 제118회를 맞은 노벨상 수상자를 순차적으로 생리·의학상 등을 발표한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문학계 ‘미투 파문’으로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폭로와 관련) 한림원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림원이 정당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다른 기관이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벨재단은 내년에 2018년과 2019년 수상자를 동시에 선정·발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앞서 한림원은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로부터 1996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아르노는 종신회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다. 그는 한림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문화센터를 경영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를 계기로 한림원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200여년 전 만들어진 규정대로 18명 위원 모두 종신직이며 중도 사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림원이 프로스텐손의 노벨문학상 위원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자 다른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도 줄줄이 사임을 표했다.
한림원이 선정하는 노벨문학상은 통상 매년 10월 종신위원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한림원 종신위원은 모두 18명이다. 11명만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한림원은 결국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연기했다.
이번 논란으로 스웨덴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은 노벨문학상의 대안으로 지난 7월 한림원과 유사한 ‘뉴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많은 이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한림원에 대한 대인이다. 도서관 사서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림원과 달리 투명하고 개방적인 수상자 선정 방식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편집자·대학교수·사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전통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에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자를 공표할 예정이다.
노벨상 미투 논란은 한국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0년 초반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 미투 논란으로 법정 공방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고은은 1958년 등단 이래 ‘만인보’(萬人譜)를 비롯해 시·소설·평론을 포함한 150권 이상의 저작을 발표한 한국 문단의 전설이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곤 국내외가 주목하는 시인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고은은 불자에서 작가 민주화운동 투사로 살았던 파란만장한 삶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에는 AP통신 등 외신들이 고은을 독재에 대한 저항과 인류애 등을 다뤄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