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터뷰]<上>브래들리 뱁슨 "시장경제 개혁이 김정은式 경제개발 성패 좌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정훈 기자I 2018.07.17 06:11:00

[이정훈의 북한투자 이야기]<1>전문가에 듣는다③
"남·북·미 정상 강력한 의지, 의미있는 진전 가능할 듯"
"부분적 시장경제 요소 도입…전면개혁해야 경제 발전"

브래들리 뱁슨 의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북한이 대외 문호를 연다고 해도 미국 정부 예산이나 민간자본이 북한에 대대적으로 투입되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과 미국간 신뢰를 구축하고 대북 투자를 위해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미국이 경제 제재 해제 이전이라도 회원국들을 설득해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도록 나서는 일을 고민해야할 시점이 됐다.”

WB에서 북한 담당관을 지냈고 유엔과 WB 등이 주도하는 대북 프로젝트에서 자문역을 맡았던 북한 전문가 브래들리 뱁슨 북한경제포럼(DPRK Economic Forum) 의장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북한에 대한 선제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남한과 북한, 미국 3개국 정상들의 강력한 의지가 회담에 중요한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만큼은 협상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이행과 경제 제재 해제라는 복잡한 퍼즐을 풀고 난 이후에도 베트남과 같은 빠른 시장경제 수용과 경제 개발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뱁슨 의장은 다소 의구심을 보였다. 김정은 1인 절대권력의 체제 안정이 시장경제를 받아 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금부터 얼마나 서둘러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받아 들이느냐가 향후 경제 개발의 속도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브래들리 뱁슨 의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두 정상회담 모두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평화 시대 정착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든 사건이라고 본다. 상호간 관계 개선이나 실질적 이행 여부를 둘러싼 이슈와 불확실성을 많이 남겨둔 상태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이번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3개국 지도자들이 보이고 있는 강력한 의지가 회담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로간에 대한 오해와 불신, 의구심도 남아있지만 과거처럼 서로 고립된 상태에서 언론을 통한 우회적 경로가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 나아가 체제 보장까지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후속협상이 최대 관심사인데, 양측이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양측이 협상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낙관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딜이 필요할 것이고 남한과 중국, 일본 등 이해당사국들과도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도 대화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과제가 있다.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만큼 그 과정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시간도 꽤 오래 걸릴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은 후에도 북한 경제는 그리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 체제 이후 시장경제 요소를 일정 부분 도입하면서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는데.

△그렇다. 현재 북한은 완전한 형태의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라기보다는 혼합경제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큰 틀에서는 여전히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이긴 해도 곳곳에서 시장경제적 요인들이 확산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경제 발전을 위한 노력과 시장경제 요소 도입이 맞물리면서 북한 경제가 다소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이런 식의 혼합경제 조차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나 제도적 수용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금융시스템이나 법적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비핵화 합의 이후 경제 제재가 일정 부분 풀려 대외 교역이 늘어나고 신규 외국인 투자가 들어와도 당장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다.

-부분적인 시장경제적 요소 도입이 북한과 북한 주민에게 가져다준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장시장(동네시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북한 주민들의 기근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었다. 또 여러 형태의 시장이 세워지고 시장경제적 요소가 도입되면서 북한내 사회적 계약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개인이 소비자로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경험했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경제적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을 확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주민의 일상적 삶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정부내에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전문관료)를 기용하고 그들로 하여금 경제 발전이라는 중책을 맡기고 있다.

-경제 발전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일 듯 한데.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 체제 안정과 대외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집중했고 그 성과를 이뤄내면서 이제는 경제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미국, 한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함으로써 체제를 보장받는 협상으로 나와야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주변 당사국들과 안정적이고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북한 스스로 시장경제를 추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인정하면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규제를 분명히 하고 금융시스템을 육성해야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북한에서도 최근 비공식적으로 집과 토지를 사고 파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부동산 소유권과 같은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양성화하고 용인하면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의 경제 발전 구상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다고 보는가.

△비핵화 진전과 그에 따른 경제 제재 완화,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 등에 좌우될 것이다.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인해야 하는데 이는 주변국들과의 정치환경에 직접 연결돼 있다. 또 내부 개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도 달려 있다. 대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북한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국내 저축을 늘리는 한편 시장의 역할과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와 경제 체질 변화를 먼저 보여야 한다. 북한이 이런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경제 발전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본다.

☞<中>편에서 계속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