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남의 보수불패 신화가 최근 23년 만에 깨질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한국당 소속 현직 구청장이 꿋꿋이 버티던 ‘견고한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방어에 나선 한국당 후보들은 다년간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직 프리미엄과 지역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민주당 독주 체제에 맞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강남3구 대첩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5년 민선 1기 이후 강남 3구 가운데 보수정당이 구청장 자리를 뺏긴 곳은 송파구가 유일하다. 다만 이것도 민선 1~2기 새청년민주당 소속 김성순 전 송파구청장의 8년의 기간이 전부다. 이처럼 강남 지역은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좀처럼 뺏기 힘든 험지(險地)로 꼽히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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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선거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이달 7일 직전까지의 강남3구 구청장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모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언론사 뉴시스가 의뢰해 리서치뷰가 지난달 28~29일 강남구청장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순균 민주당 후보가 45.5% 지지율로 장영철 자유한국당 후보(31.3%)를 앞질렀다. 이 곳은 한국당 소속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올 2월 구속돼 변화를 바라는 ‘여풍(輿風)’이 거센 상황이다.
다만 김상채 바른미래당 강남구청장 후보가 보수결집을 위해 장 후보와의 단일화 제안을 한 점은 남은 변수로 꼽힌다. 실제 두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일부 표심이 2등 후보인 장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3구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옅은 송파구도 박성수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박춘희 한국당 후보를 앞지르고 있다. 박성수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울산지검 부장검사,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지난해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법률지원단 부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야권 대표주자이자 현직 구청장 출신인 박춘희 후보 역시 법조인 출신이다. 그는 분식집을 운영하다가 아홉번의 낙방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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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만 ‘견제와 균형’의 프레임이 작용할 경우, 광역단체장과는 달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여당 디스카운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선호도를 나타내지 않는 ‘샤이보수’가 얼마나 투표장에 나타날지도 변수다. 박영석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광풍이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거세게 불고 있어, 사실상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야권발 정계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