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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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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18.05.25 05:00:00
[장용창 숙의민주주의환경연구소장] 2017년 신고리 5, 6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나는 ‘시민의 이야기에 답이 있다(원서 제목 THE DELIBERATIVE DEMOCRACY HANDBOOK)’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었다. 숙의 민주주의 환경 연구소에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빌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는데, 이 책을 통해 더 섬세하고 아름다운
민주주의를 위한 숙의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숙의 민주주의는 시민의 숙의 과정이 의사 결정에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을 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시민의 힘을 믿지 못하고 숙의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작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비롯해 현재 대학입시 공론조사에 이르기까지,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해당 이슈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양이에게 전문성이 있으니 생선을 지키도록 만들자’는 것과 똑같은 오류이다. 예를 들어 공인회계사들이 하는 회계감사를 보자. 감사를 받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공인회계사는 중립성 의무 위반 때문에 회계감사를 못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그만큼 중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문성이 있더라도 중립성이 없다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거의 모든 정책 분야에서 그 정책과 관련한 국가 예산이 확대될수록 이른바 전문가들 자신의 이익도 증가한다. 왜냐하면 전문가는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그 경험의 대부분은 국가 예산과 관련되어 있는 사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문가=이익집단’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단언컨대 전문가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결코 중립성을 가질 수 없다.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진 4대강사업 계획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건설회사 임원들, 국가 연구 예산으로 돈을 버는 토목학자들이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전문가들이 4대강사업이라는 국가 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에, 수십조 원의 국가 예산을 탕진하고 환경을 망쳐버린 참혹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주요한 사안을 맡기는 것에 대한 의혹과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공론조사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도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를 듣고 공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야말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론조사는 전문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게 만든다.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은 전문가들이 자기 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을 탕진하게 두는 것보다,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은 중립적인 국민들이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며 토론을 통해 이해를 증진한 후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는 이미 선진국들의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시민의 이야기에 답이 있다’의 공동 편집자인 존 개스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다른 나라의 숙의 민주주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후발 주자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누군가 세상을 변화시켜 주리라 기대하는 대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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