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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대입, 학종 대신 정시 늘려야

신하영 기자I 2018.02.20 0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교육을 받을 여건이 안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그림의 떡일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 8일 서울교대에서 개최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대입포럼)’에 참석한 한 고3 학생의 지적이다. 정보가 부족할 경우 사교육에 의지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입에서 학종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비판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비꼬는 ‘금수저 전형’이나 ‘학부모 전형’이란 신조어가 대입시장에서 공감을 얻은 지 오래다.

심지어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중고생 자녀를 공동저자로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른바 ‘논문 끼워넣기’다. 이들은 자녀의 대입스펙 관리를 위해 연구부정(부당한 저자 표시)도 마다하지 않았다.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는 28개 대학에서 82건이 적발됐다. 해당 명단에는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이 상당수 포함됐다.

학종은 내신(교과)성적뿐 아니라 동아리·독서·수상실적·소논문 등 비교과 영역을 종합 판단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전형이다. 학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7월 전국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학종에 대한 불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75.1%는 학종이 ‘상류층에게 더 유리한 전형’이라고 봤으며, 74.8%는 ‘부모나 학교·담임교사·입학사정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전형’이라고 답했다.

학종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은 미온적이다. 기껏해야 학생부 기재항목을 기존 10개에서 7개 정도로 줄이는 ‘간소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 학종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전형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최근 고3 수험생 13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입 수시·정시 인식조사’에서는 수험생 81.8%(1133명)가 “수시보다 정시가 공정한 입시에 부합한다”고 응답했다. 수시가 더 공정하다는 응답은 9.5%(132명)에 불과했다. ‘정시 선발비율이 40% 이상 확대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6.8%(925명)가 동의했다.

갈수록 학종에 대한 불신감은 확산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8월 발표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에서 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특히 학종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학종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내신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패자 부활’ 기회를 주기 위한 일정 비율의 정시 선발이 필요하다. 정시 선발비율은 어느덧 23.8%(2019학년)로 쪼그라들었다. 교육부가 △학종 △학생부교과전형(내신위주) △정시전형(수능위주) 등을 적절히 배분한 황금비율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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