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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어머니회 명칭 변경과 남성회원 가입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현재는 단체 명칭만 녹색어머니회일 뿐 아니라 회원자격도 어머니로 명시해 놓고 있어 남성회원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어주는 활동에 스스로도 보람을 느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있어 더욱 뿌듯했습니다. 남편에게 권유해보려고 생각해봤는데 녹색어머니회라고 돼 있고 어머니로 회원 자격을 명시해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직장 다니는 아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말 사단법인 녹색어머니중앙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어린이 안전을 위한 멋진 단체가 발전하기 위해’라는 제목의 글이다. 자신을 ‘아이셋을 둔 직장맘’이라 소개한 글쓴이는 법인명을 녹색어머니회에서 ‘녹색부모회’로 바꾸고 회원자격에 아버지를 추가하자고도 주장했다. 이 글 이후에도 게시판에 유사한 요구가 잇따르자 녹색어머니회 측은 글쓰기 권한을 회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주로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맡는 녹색어머니회는 지난 1969년 ‘자모(姉母)교통지도반’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1972년 이름을 녹색어머니회로 바꿔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2005년에는 경찰청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 지위를 얻었고 2011년부턴 행정안전부로부터 매년 7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는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5700여개 초등학교에서 46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정관에는 전근대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2014년 11월 개정한 정관 6조에 따르면 녹색어머니회 회원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어머니로 자의에 의해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실시, 가입신청서를 제출해 녹색어머니 지회장으로부터 회원의 자격을 받은 자’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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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녹색어머니회연합회에서 회장을 지낸 김미선(38·여)씨는 “녹색어머니회는 시대에 맞지 않는 명칭”이라며 “맞벌이 가정도 많은데 아이 학교봉사는 여성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남성들은 녹색어머니회란 이름 탓에 교통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아빠 육아의 민낯’이란 책을 낸 가욱현(39)씨는 “‘아빠들은 오지 마’라고 선을 긋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교통지도 봉사활동 행사장에 가면 교장 선생님은 ‘우리 어머님’이라고 부르시는데 어머니 아닌 사람들은 오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경기 가평초는 녹색어머니회를 녹색학부모회로 바꿔 부르고 있다. 등하굣길 봉사활동에 아버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복희 교장(60)은 “이름을 바꾼 뒤 아버지 4명이 녹색학부모에 추가로 가입했다. 아버지도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면 내년에는 남성 회원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녹색어머니회 운영진측은 완강한 입장이다. 강윤례 녹색어머니회중앙회 회장은 “‘자모교통지도반’ 시절을 포함하면 ‘녹색어머니회’ 역사는 49년에 달한다”며 “이제 와서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어머니로 제한한 정회원 자격에 대해선 “아버지들은 정회원이 아니라도 비회원으로 신분으로 동일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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