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재건축 사업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신탁방식으로 정비 사업을 추진중인 여의도와 강남권 단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아파트 지구 통합 개발을 추진하면서 정비계획안 수정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 일정이 늦춰져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아파트지구 총 18개소 중 압구정·반포·서초·여의도 등 4곳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통합 개발·관리하는 사업이 추진중이다.
서울시는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지구를 통합 개발해 주거·상업·문화시설이 융합된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비 사업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조합 설립 방식이 아닌 신탁방식을 택한 재건축 단지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여의도다. 여의도는 이달 현재 11개 재건축 단지가 여의도 아파트지구 내에 속해 있다. 이 중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여의도 시범아파트(1790가구·한국자산신탁), 공작아파트(373가구·KB부동산신탁), 수정아파트(329가구·한국자산신탁) 등이다. 광장아파트(744가구)는 다음달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에 대한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아파트 입주민은 “개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서울시 입장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기부채납 요건 등 정비계획안을 수정할 수도 있어 당혹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의 열기가 퍼진 강남권 단지들도 긴장하고 있다. 현재 강남 지역에서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궁전아파트 등이 신탁방식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서초구 잠원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내년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서 벗어나고자 신탁방식 재건축을 고려하는 단지가 있었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으로 사업 일정이 늦어지게 돼 사실상 별 의미가 없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 사업 방식이나 진행 단계가 달라 일단 현황 파악부터 나설 예정”이라며 “신탁방식 재건축 등 개별 정비사업을 중단 없이 가게 하겠다는게 기본적 방침이지만 상위계획과의 조정 과정속에서 사업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