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전의 반란…그 뒤엔 ‘억대 승리수당’ 있었다

윤종성 기자I 2015.03.02 06:15:00

한전배구단 빅스톰 9연승 이끈 조환익 사장의 ‘당근’
1승에 1500만원 ‘승리수당’ 걸어
팀 사기진작…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조환익 한국전력(015760) 사장이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던 지난달 26일은 프로배구 한전 구단이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지은 날이기도 하다. 한전은 이날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대한항공과의 홈 경기에서 3-1로 이겨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전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2011-2012시즌 이후 3년 만이자 프로배구 10년 역사를 통틀어 두 번째 일이다.

간담회 와중에도 틈틈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경기 상황을 확인하던 조 사장은 한전의 승리가 확정되자 얼굴에 한가득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요즘 우리 선수들 진짜 잘하지 않냐?”며 뿌듯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얘기 한 토막을 건네줬다. 바로 ‘승리수당’이다. 지난해 ‘꼴찌’였던 한전은 올 시즌 초반에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가 훨씬 많았다. 조 사장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을 선택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 파격적인 ‘승리수당’을 제시한 것이다.

조 사장은 1승에 1500만원의 승리수당을 걸었다. 거기다 연승을 하면 승리수당 금액은 누적과 함께 더블로 뛰는 구조다. 예컨대 1승을 하면 1500만원이지만 2연승을 하게 되면 3000만원, 3연승 시에는 6000만원으로 뛰게 되는 식이다. 거기다 1승(1500만원)과 2연승(3000만원)에 대한 수당도 누적돼 3연승에 대한 승리수당은 총 1억 500만원이 된다.

조 사장이 승리수당을 내건 뒤 한전은 기적 같은 9연승을 내달렸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승 신기록이자 전 구단을 통틀어 올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이다. 지난 시즌 7승 23패로 지는데 익숙했던 선수들이 이기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됐다. 한전의 이런 변신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연승 행진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기뻤던 마음도 잠시. 조 사장은 9연승에 따른 누적 승리수당을 생각하니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단다. 따져보니 승리수당 총액이 무려 78억 4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약으로 제시한 승리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결국 조 사장은 배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승리수당을 구하는 방식을 조정하기로 했다. 2연승까지만 승리수당이 2배로 올라가고 다음 경기 승리는 다시 1승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3연승을 할 경우 1승 1500만원, 2연승 3000만원의 승리수당은 같지만 3연승 때 6000만원이 아니라 1500만원을 주는 구조다. 3연승을 달성할 경우 받게 되는 누적 승리수당이 기존 방식에서는 1억 500만원이었으나 새로운 기준에서는 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조 사장은 바뀐 방식으로 계산한 승리수당 1억 9500만원을 선수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승리 수당 규모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져 승리수당 계산 방식을 뒤늦게 조정하게 됐다”면서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지만 약속을 어긴 것 같아 내심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을 내준 선수단에 감사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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