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다시 1960이다. 대단한 숫자도 아닌데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발표와 미국 테이퍼링의 후폭풍으로 올들어 1960을 넘긴 날(종가 기준)이 어제까지 단 3일에 지나지 않으니 봄바람마냥 간지럽게 느껴진다.
증시를 끌어올린 중심에는 정부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내수 부양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5대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몇몇 종목은 지난주부터 강세를 탔지만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부동산 경기활성화와 관광산업 육성 등은 새삼스러운 정책이 아니지만 이렇다 할 호재 없던 시장에 단비가 내리자 가뭄난 땅처럼 증시는 반응했다.
수급 분위기도 좋다. 외국인은 3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서며 24일도 2300억원 어치를 담았다. 1월 초 대형주의 부진한 4분기 실적과 이머징 시장 위기론 등으로 시장을 떠나기 바빴던 외국인이 21일과 어제 5000억원 이상 담은 일은 주목해 볼 만하다.
비차익거래에서도 올해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머징 시장의 설정액 감소세가 둔화되는 만큼, 이제 바이코리아(Bye Korea)도 막바지로 접어든 듯 하다.
간밤 뉴욕증시는 전날의 과열을 해소하듯 소폭 하락했다.그러나 내용은 실망하기 이르다. 20개 대도시의 12월 집값 상승세가둔화를 보이는 등 지표는 악재를 보였지만 이날 실적을 발표한 홈디포와 메이시은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주식시장의 주인공이 기업임을 감안하면 비관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유명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공연 내내 고도를 기다린다. 언제 만난다는 기약도 없다.그리고 마지막에 한 소년이 등장해 ‘고도는 오늘 오지 않고 내일 오실 것’이라고 알려주며 끝이 난다. 고도는 누구였을까. 작가 베케트는 “내가 알면 작품에 썼겠지”라고 답했다.
이제 우리 증시도 봄을 기다릴 때다. 어떤 투자자에게 봄은 코스피 2000포인트 돌파일 것이고 다른 투자자에게는 묻어뒀던 주식이 매매가 이상의 가격을 회복하는 것이겠다. 사람마다 그 ‘봄’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내부와 외부 모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빙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