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유치가 확정되면서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와르르 쏟아졌어요. 최근 입주가 본격화해 인근 부동산시장에는 그야말로 소낙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허관숙 로즈데일 공인 컨설턴트)
지난 21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수서동과 자곡동. 최근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철도노조 파업 논란이 뜨거웠던 수도권 KTX 수서역 일대에서는 불과 2~3년 전까지 이곳에 몰아쳤던 부동산 투자 열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철도 건설 현장과 맞붙은 밤고개로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 홍보 현수막들만이 과거의 흔적을 짐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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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오히려 부동산시장 침체 우려가 큰 모습이었다. 과거 개발 기대감 때문에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유동인구가 임대수요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해 우후죽순 공급된 오피스텔은 대표적인 골칫덩이가 됐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KTX수서역 개발지 인근 자곡동에는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오피스텔이 무려 3074실이나 공급됐다. 같은 해 강남구 전체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물량(4944실)의 62%를 차지한다.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잇달아 분양에 나선 결과다. 이 단지들은 모두 오는 4월부터 본격 입주를 개시한다.
이 같은 과잉 공급은 시세 하락과 미분양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근 박종삼 한미공인 대표는 “역사 유치가 확정된 당시만 해도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3.3㎡당 최고 120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들어선 공실이 늘어나면서 월세도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때 기획부동산까지 암약했던 KTX수서역 인근 토지는 거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도 개발 기대감에 한때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뛰었지만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사라진 때문이다. 수서동 N공인 관계자는 “역 근처 논밭은 현재 3.3㎡당 300만~400만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잠잠한 편이다. 수서동 삼익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의 경우 2010~2012년 사이 매매가격이 6억7000만원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6억2000만원으로 오히려 5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일부 중소형이 가격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개발 호재 때문이 아닌 최근 주택시장의 회복세 영향이라는 게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지에서는 KTX수서역 역세권 개발이 시장 침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가닥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 주변에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고 대형 상권이 형성되면 현재의 공급 과잉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KTX수서역 개발지 전면에 있는 궁마을·쟁골마을·교수마을 등 단독주택지들은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관숙 로즈데일공인 컨설턴트는 “이 지역 땅값은 3.3㎡당 2500만~3000만원 선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강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며 “주변이 허허벌판인 역사 근처에서는 유일하게 상업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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