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19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통일부의 주요 업무인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분야에서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 장관이 지난 6월 1급 공무원 5명의 자리를 한꺼번에 바꾸는 이례적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은 대북 정책에 있어 불만족스럽고 답답한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류 장관은 천안함·연평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으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통일 장관 자리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해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시키면서 사실상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김정일의 사망 이후 서구 자본주의를 경험한 김정은이 북한 최고 원수 자리에 오르면서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장거리 로켓 실험을 강행하고 헌법에 처음으로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는 등 핵과 미사일 보유 의지를 천명하자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통일부는 정치·군사적 대립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교류 차원에서 북한에 몇 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5.24 제재조치를 풀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월과 8월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최근 수해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지원 품목과 규모에 반발하며 거절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내세울 만한 대북 정책 성과가 없자 류 장관은 국내 통일 기금 조성으로 관심을 옮겼다. 2030년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첫해 비용이 55조로 추산되는 만큼 비용을 미리 마련하자는 취지다. 류 장관은 통일 재원 마련의 상징으로 ‘통일 항아리‘를 직접 빚어 청와대와 통일부에 비치하고 모금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항아리 정책의 성공은 미지수다. 결국 국회에서 남북교류기금의 일부를 통일 준비 기금으로 돌리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해에도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통일 재원 마련이 흡수 통일을 준비하는 것처럼 비춰져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 국회통과도 불투명하다. 류 장관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대북 정책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어떤 장관으로 이름을 남길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