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005380) 글로벌 영업총괄 사령탑인 양승석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세계 자동차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중국시장에서는 판매가 잘되고 있지만 미국시장이 불안한 상태인데다 동유럽 등 신흥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 사장은 "추락 속도가 줄어드니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번지면서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올 상반기 전세계 자동차 수요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18%나 줄었다. 다만 지난 6월 이후 유럽과 중국 등의 차량구입시 보조금 혜택 등에 힘입어 감소세가 다소 둔화됐을 뿐이다.
이에따라 곧 발표될 외국 주요 경쟁업체의 올 상반기 실적은 줄줄이 적자가 예상된다.
◆ 전세계 車메이커 경영 `비상등`
지금의 위기상황은 전세계 어느 메이커에도 성역을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 선진업체와 후발업체 구분 없이 자동차업체들은 경영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생산·판매 업체인 도요타 조차 2008 회계연도에 창업 이래 처음으로 4369억엔(약 5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올해의 적자 규모는 이보다 큰 8000억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판매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 자동차시장은 최악의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한 판매 감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전문 미디어인 워즈오토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중대형 상용차 제외)은 480만대로 작년 상반기의 738만대에 비해 35% 가량 감소했다.
미국과 더불어 양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 역시 올해 1~5월 판매량이 626만6천대로, 작년 같은기간 745만7천대에 비해 16% 줄었다.
일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한데다 올 상반기에는 218만7천대가 팔려 작년대비 2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세제 지원책에도 불구, 완성차 5사의 상반기 판매는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의 이같은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소형차,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친환경 규제와 고유가, 경기침체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소형차에 대한 수요는 점차 더 늘어날 것"이라며 "소형차 라인업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업계의 사활이 걸린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중·대형차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53만대였던 엔트리급(A, B세그먼트)의 수요는 2013년에는 4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실제 세계 제 1,2차 석유위기 때 일본 자동차 산업은 소형차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극복, 세계 자동차산업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전례도 있다.
현대·기아차(000270)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소형차에 승부수를 두고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이유다.
특히 고연비, 고품질,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소형차 개발을 통해 이번 위기를 기업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각오다.
최근 소형차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소형차에 붙는 구매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소형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소형차의 판매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상당한 포션을 차지할 신흥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이 시장에서 소형차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또 현재의 위기 극복 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 시장의 `빅뱅`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친환경차 및 핵심기술력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향후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이어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은 업계에는 환경 규제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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