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신용카드 해외 사용 금액이 지난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특수에 환율하락 영향까지 겹치며 해외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중 신용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거주자가 올해 7~9월에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를 이용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9억7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32.5% 급증한 것으로 원화로 환산(3분기 평균환율인 1029.40원 적용)할 경우 1조26억3600만원원에 해당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사용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신용카드 해외사용이 급증한 것은 해외여행객이 급증한데다 환율하락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해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분기중 내국인 출국자 수는 288만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6%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자 수도 159만명으로 18.6% 늘었다. 주5일제 시행으로 주말 해외여행객이 올해 급증한데다 여름 휴가와 방학 등으로 어학연수나 장기 해외여행 등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또 환율은 지난해 3분기 중에는 1155원.0원이었으나 1년만에 1029.4원으로 하락했다. 1천만원을 달러로 바꿀 경우 작년에는 8600달러 가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9700달러 가량을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 이렇게 똑같은 액수의 원화로 쓸 수 있는 달러 규모가 늘어나다 보니 원화로는 8489만원에서 1조26억원으로 18.1% 증가했지만 달러로는 32.5%나 늘어나게 된 것이다.
1인당 신용카드 사용액은 614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에 비해 11.8% 증가해 씀씀이가 커졌다. 그러나 사상 최대였던 전분기보다는 1.6% 감소했다.
사용하는 카드는 여전히 신용카드가 대부분으로 8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현금카드 겸용의 직불카드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3분기에 4800만달러에서 올해 3분기 1억2200만달러로 2.5배 커졌고 사용비중도 7.3%에서 12.5%로 확대됐다.
해외소비 급증은 신용카드 해외사용 급증뿐만 아니라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의 해외소비 통계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국내 가계가 해외소비로 지출한 규모가 실질기준으로 무려 3조9097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액도 10조1970억원에 달해 역시 사상 최대였다.
외국인(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도 늘었지만 그 폭은 해외소비에 비하면 크지 않다. 전년동기에 비해 19.0% 증가한 5억4000만달러로 해외 신용카드 소비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다.
또 사용자수도 138만여명으로 1년동안 13.6% 증가했지만 1인당 사용액은 390달러로 내국인의 1인당 해외사용액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전년동기에 비해 4.8% 증가하는데 그쳤고 전분기에 비해서는 4.6%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