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의 즉석조리 브랜드 ‘델리바이애슐리’
착착폭립·새우 등 메뉴 다양…간편식 넘는 수준
유통매장 매출도↑…즉석식품판 다이소 실험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 착착 폭립플래터, 미트소스 파스타, 유산슬 덮밥, 트로피칼 그릴드 새우, 치킨랩 등. 전 메뉴가 즉석 조리 후 포장된 상태로 판매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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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 엔씨백화점 강서점 지하 1층, ‘델리바이애슐리’ 코너 앞에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이거 3990원이래, 요즘 이런 반찬이 어딨어”라며 놀랐고, 또 다른 이는 갓 포장된 폭립을 바로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주방에선 쉼 없이 즉석조리 메뉴가 쏟아져 나왔고, 직원은 수십 개씩 정리된 음식 트레이를 냉장 진열대에 빠르게 채워 넣느라 분주했다.
델리바이애슐리는 이랜드의 외식 뷔페 브랜드 ‘애슐리’가 만든 즉석조리식품 전문 매장이다. 이랜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식자재를 대량 공동구매하고, 유통 마진을 줄여 균일가 전략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다이소처럼 가격을 단순화해 선택을 빠르게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뒤 빠르게 확장 중이다. 올해 9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를 넘어섰고, 최근엔 ‘착착 폭립플래터’ ‘트리플 치킨’ ‘닭다리살 구이’ 등 5990원 프리미엄 메뉴를 확대했다.
그 맛이 과연 궁금해 직접 구매해 맛봤다. 착착 폭립플래터는 큼직한 폭립에 구운 감자, 옥수수가 곁들여져 있어 마치 연말 홈파티 플레이트 같았다. 전자레인지에 데웠을 뿐인데도 고기의 식감과 풍미가 잘 살아 있었고, 전체 구성도 알찼다. 트로피칼 그릴드 새우는 8마리나 담겨 있었고, 탱글한 식감도 만족스러웠다. 따로 라면에 넣어 먹어봤을 때도 의외로 조화가 괜찮았다.
 | | 큼직한 폭립과 감자·옥수수를 담은 플래터(왼쪽), 데워먹는 방식의 미트소스 파스타(오른쪽). 각각 5990원, 3990원 구성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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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990원 균일가 구성인 유산슬 덮밥(왼쪽), 3990원 메뉴인 트로피칼 새우(오른쪽). 별도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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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0원 균일가 메뉴 중에선 유산슬 덮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해산물보다 버섯 위주 구성에 가까웠지만, 밥과 비벼 먹기엔 부담 없고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치킨랩과 미트소스 파스타는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냉동 간편식보다는 맛이 나았고, 배달과 비교해도 훨씬 경제적이었다. 모든 메뉴는 조리된 상태로 포장돼 있어, 전자레인지에만 돌리면 바로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매우 높았다. 마트 조리코너에서 종종 보이는 ‘5000원 치킨 1마리’ 같은 미끼상품과 다르다. 델리바이애슐리는 메뉴 가짓수가 훨씬 많고, 물량도 넉넉해 원하는 음식을 제때 고를 수 있다. 진열된 전체 구성 중에서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도 높았다. 가격도 직관적이다. 포인트 적립이나 쿠폰 계산 없이, 눈에 띄는 메뉴를 그대로 담으면 된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오늘은 폭립, 내일은 새우, 다른 날엔 덮밥. 골라 먹는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물론 맛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는다면 아쉬울 수 있다. 조리 직후 퀄리티를 완벽히 구현하긴 어렵고, 일부 메뉴는 간이 세거나 식감이 퍼진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폭립 플래터는 생각보다 질기고 딱딱한 부분이 있었고, 파스타는 면이 쉽게 퍼졌다. 트로피칼 새우는 전반적으로 풍미(?)가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이 가격을 감안하면, 대부분은 충분히 수긍 가능한 수준이다.
 | | 조리된 메뉴를 트레이에 담아 빠르게 냉장 진열대로 옮기는 직원 모습. 즉석에서 수십 개가 동시에 생산된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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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착착’ 브랜드로 구성된 냉장 진열대. 3990원·5990원 메뉴가 각각 진열돼 있고, 직관적인 가격 구성이 특징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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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보다 더 강하게 느낀 건, 델리바이애슐리의 미래 가능성이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식자재 공동조달과 외식 노하우, 자체 유통망을 묶어 기획 단가 자체를 낮추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놀랍다. 이랜드만이 가진 수직계열화 역량은 단순 델리 사업을 넘어, 대형 유통 매장의 ‘식사 기능’을 어떻게 재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마치 즉석식품의 다이소를 보는 듯했다. 메뉴는 많고, 가격은 단순하며, 무엇을 골라도 일정 수준의 안정적 품질이 보장된다.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식의 선택 구조는 소비자에게 일상의 재미처럼 작동했다. 계산 없이 바로 집어 들 수 있는 직관성은 구매 피로를 줄였다. 결국 델리바이애슐리는 즉석식품이라는 범주를 넘어 일종의 ‘균일가 식품의 플랫폼’과 같다는 이야기다.
현재 델리바이애슐리 매장은 전국에 총 14곳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연말까지 한 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각 매장의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입점한 대전 유성 킴스클럽은 전체 매출이 32% 증가했고, 올해 1월 입점한 대구 동아백화점 쇼핑점도 해당 층 매출이 20% 늘었다. 단순 식품 코너를 넘어, 유통 매장의 체질을 바꾸는 실험으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