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이 공격적 투자에 올인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2년 후면 미국에도 추월당할 수 있다는 해외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 지원과 관련 입법 등에서 대기업 특혜 논쟁에 사로잡힌 우리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쩐(錢)의 전쟁’에서 리더십을 상실한 채 추격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린 경고다. 일본 미쓰이물산의 싱크 탱크인 미쓰이글로벌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2023년 대만(68%) 한국(12%) 미국(12%) 중국 (8%)순이었으나 2027년 미국이 17%로 13%의 한국을 크게 앞지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의 배경으로 미국이 2022년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을 도입하며 자국 제조업 생태계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효과를 지목했다. 칩스법 후 미국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리쇼어링이 활발해짐에 따라 효과가 2년 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내용이다. 예컨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 북부 클레이에 약 147조원을 투자해 총 4기의 메가 팹을 건설할 계획을 2022년 발표했다. 팹이 완공되면 미국 반도체 생산의 약 25%를 담당한다. 일본·대만·싱가포르 팹에서 조달했던 물량을 자국내 생산으로 돌린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미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은 물론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부활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토요타 소니 등 대기업들이 참가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는 막대한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를 발판으로 2027년까지 2나노 로직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겠다며 일본판 TSMC를 노리고 있다. 보고서는 존재감이 전무한 일본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이 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K반도체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위상 추락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도 발등의 불이 될 게 뻔하다. 위기 조짐이 역력한 데도 반도체특별법 통과는 물론 주 52시간 근무 예외 허용 등을 특혜로만 보는 낡은 관념을 정치권은 버려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요구를 ‘기업 민원’이라고 폄하할 정도의 편협한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쩐의 전쟁에서 K반도체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