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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상속의 함정…하루 혼인, 12억 상속?[상속의 신]

성주원 기자I 2025.03.23 09:21:41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57)
혼인 다음날 사라진 신부, 법적 상속권 유지
대법 "단기간 가출로 혼인무효 인정 어려워"
이혼소송·유언장·증여로 미리 대비해야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김영훈(가명) 씨는 부인과 사별한 후에 식당을 개업했는데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큰돈을 벌었다. 제법 돈을 벌은 김영훈 씨는 주변에서 다시 결혼하라는 재촉을 받아 10년 전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서 베트남 출신의 어린 여성을 소개받아서 재혼했다. 그런데 베트남 여성은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베트남의 친정까지 수소문하고 찾아도 봤지만 끝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낙담해 술을 마시며 건강을 잃었는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말기암이었다. 베트남 여성과 연락은 되지 않고 혼인관계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씨는 끝내 사망했다. 김씨의 상속재산은 식당하며 모은 돈으로 구입한 부동산과 예금이 20억원이나 된다. 김씨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는 어떻게 하면 베트남 여성이 상속을 받지 못하게 할지 궁금했다.

김영훈 씨의 상속인은 베트남 여성과 아들로 총 2명이다. 베트남 여성은 김씨와 살지도 않았으나 혼인신고가 되어 배우자로서 상속권이 발생한다. 배우자로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는데 상속액의 60%를 가져가므로 12억원의 상속재산을 상속받는다.

반면에 아들은 8억원을 상속받게 되므로 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우선 김씨가 사망해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씨와 베트남 여성이 실질적 결혼 생활을 하지 않았고, 바로 베트남으로 돌아간 점에 비추어 베트남 여성이 처음부터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2022년 대법원 판결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외국인 배우자와의 혼인무효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혼인의사 개념이 추상적·내면적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해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아울러 통상 외국인 배우자는 본국 법령에 따라 혼인 성립 절차를 마친 뒤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 동거 목적의 비자를 받아 입국한다는 점, 언어 장벽과 문화·관습 차이로 혼인 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살펴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배우자와의 혼인무효를 쉽게 인정하던 판례의 경향이 바뀌어 혼인의사가 없이 오로지 국적의 취득이나 한국 내 취업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만 혼인무효가 된다. 필자로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이상적인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혼인생활을 영위하지 않은 외국인 배우자에게 상속권 등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혼인의 효력을 미치게 하여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영훈 씨의 경우에는 말기암이지만 자기의 사후를 준비할 시간이 있었으므로 베트남 여성과 혼인무효가 어려운 사정이 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법적 준비를 했어야 했다. 우선적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하지 않고 떠났으므로 부당유기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빨리 이혼이 진행되도록 하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베트남 여성에게 상속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언장 작성을 통해서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상속하는 것으로 정리했어야 한다. 유류분 청구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사전 증여와 재산 처분을 통해 외국인 배우자가 상속받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아들에게만 주는 특별한 신탁계약을 설정하거나, 아들이 아닌 제3자인 며느리나 손자에게 증여를 하여 상속재산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영훈 씨가 돌아가신 후에는 아들이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기해 아들이 아버지 생전에 적극적으로 식당 운영을 돕고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여 재산증식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고,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생활 중 어떠한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법원에 적극 호소해 아들의 기여분을 높게 인정받아 사실상 아들이 상속분을 법정상속분을 초과해 상속재산 대부분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상속재산분할심판시에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송달이 어려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연락이 된다면 원만히 대가를 주고 외국인 배우자가 상속재산을 포기하기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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