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선 도전’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제 체육회장 선거준비단에 ‘후보자 등록의사 표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체육회장을 포함한 체육회 임원이 회장직 선거에 나서려면 기존 임기가 끝나기 90일 전까지 이 서류를 내도록 규정돼 있는데, 그가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서 출마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의 3선 도전은 기정사실로 간주되고 있었다. 2016년 체육회장직을 맡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그는 일찌감치 3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던 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회장의 3선 도전은 너무 염치가 없는 처사다. 그가 최근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의 조사에서 직원 부정 채용, 횡령, 배임 등의 비위 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오죽하면 체육회 노조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서한을 보내 그가 여러 비위 혐의에 관련돼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주시해 달라고 요청했을까 싶다.
문제는 그가 지난 12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로부터 3선 도전을 승인받은 데서부터 시작된다.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도 버젓이 다시 회장직에 나설 기회를 열어준 것이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위원들 대부분이 이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공정한 결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포츠공정위에 부여된 체육회 임원 연임 심의권을 다른 외부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된 것도 이번 경우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체육회장 3선 도전 사례까지 나타나는 것은 그 자리가 누리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 여겨진다. 체육계 내부에서 ‘스포츠 대통령’으로 떠받들려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올 정도다. 하지만 체육회장 자리는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봉사하는 자리다. 지금 우리 체육계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위에서부터 풍토가 잘못 형성돼 있는 탓이다. 결국 체육회 구성원들이 현명하게 선택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차기 체육회장 선거가 내년 1월 2300여 명으로 이뤄진 투표인단의 투표로 진행된다니,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