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을) 전기요금 16.9원/㎾h 인상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대한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6.9원(10.2%) 올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용(갑) 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8.5원(5.2%)으로 각각 올린다. 일반 가정이 쓰는 주택용과 소상공인 등이 쓰는 일반용, 농사용 요금은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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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호 차관은 “발전 연료비를 비롯한 원가 변수가 있기에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인상으로) 한전의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현실화 방안을 놓고 고심해 왔다.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평소의 3배 이상 뛰었고 그 부담을 공기업인 한전과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떠안으며 재무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1~2024년 상반기의 누적 적자가 41조원에 이른다. 총부채 역시 올 6월 말 203조원까지 불어났다. 한전이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만 4조4000억원(2023년 기준)에 이른다. 한전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 누적 잔액도 79조원으로 내년 초 다시 한번 법정 발행한도 초과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電 내년 전기요금 3000억 늘어날 듯
그러나 이번 차등 인상 결정으로 기업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산업용(을) 전기요금 부과 대상 44만호 각각의 부담은 평균 연 1억1000만원 수준이지만 기업에 따라 그 부담이 연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의 자료를 토대로 추계한 지난해 전기사용 상위 20대 기업의 총 전기요금은 12조4430억원이었다. 이번 10.2%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1조2400억원에 이르리란 것이다. 특히 지난해 약 3조2640억원(추산치)의 전기요금을 낸 삼성전자(005930)는 내년 3000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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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올리는 건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모든 전기 소비자가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내년 초 한전 회사채 발행량 한도 초과를 막아줄 뿐 한전의 근본적 재무구조 개선에는 부족한 수준의 결정”이라며 “원가에 못 미치는 주택·일반·농업용 요금은 그대로 두고 이미 원가 이상인 산업용, 특히 대기업에 초점을 맞춰 요금을 올린 건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민생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부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고통 분담을 맡기게 된 것”이라며 “마음이 무겁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6개국 중 우리 산업용 전기요금이 26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