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 관행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건강보험 누적적자가 2042년 56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매년 줄어드는데 의료비 지출은 폭증해 건강보험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의료비 증가 속도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맞추는 등 총진료비를 관리할 획기적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윤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의 ‘건강보험 재정추계 보고서’에 담긴 견해는 의료계 현실과 정부 정책 등에 비춰 볼 때 시사점이 적지 않다. 연구팀은 올해 7.09%인 건보료율이 현재의 법정 상한인 8.0%를 넘어 매년 2.09%씩 오른다고 가정했다. 보험료 수입의 14%에 달하는 수십 조원의 국고 지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데도 2042년 건보 재정적자가 81조원에 달하고 누적적자는 563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료 인상이 2030년부터 중단되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져 2042년 한 해에만 149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밑 빠진 독 신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2040년 2903만 명, 2070년 1791만 명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정부 목표인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달성한다 해도 2070년 총인구는 3771만 명으로 고작 2022년 생산연령인구 수준이다. 건보료 수입 기반 자체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에 2025년까지 10조원 이상,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에 2027년까지 10조 7000억원의 건보 재정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지만 곳간 사정은 정반대다.
수입이 뻔하다면 지출 고삐를 조이는 게 마땅하다. 정부가 지나친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사람은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 총액의 90%를 부담하도록 했지만 이런 대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건보 재정의 붕괴를 막고 값싸고 질좋은 의료시스템을 지켜낼 지출 통제 방안을 정부와 민간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