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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하향이 더 우세하지만,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활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여파로 채권시장 분위기가 잠시 냉각됐으나, 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당국의 후속 작업으로 인해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회사채 시장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노리는 수요로 인해 회사채 시장에 돈이 몰린 것이다.
그룹별로는 SK그룹이 여전히 회사채 시장의 대어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5조6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가 75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어 SK ENS(50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등의 순이다.
이어 LG그룹이 4조1700억원 규모로 SK그룹의 뒤를 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1조6000억원), LG유플러스(1월 5000억원·6월 6000억원, 총 1조1000억원), LG화학(1조원) 등 조단위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실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경우 2년물 1200억원, 3년물 3600억원, 5년물 2400억원, 7년물 8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실시해 총 5조6100억원어치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해 6월 창사 후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달성한 기록(4조7200억원)을 갈아치웠다. 이밖에 롯데그룹 역시 회사채 시장에서 3조1340억원을 조달했으며, 한화그룹은 2조5300억원을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이 몰리지 않던 기피 업종도 수요예측에서 이례적으로 목표액 조달에 성공하는 등 비우량채에도 온기가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리테일 자금이 몰렸다.
최근 HL D&I와 쌍용씨앤이(쌍용C&E)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일부 금액 미매각을 맞았으나, 추가 청약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다. 반(反)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흐름에 따라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던 삼척블루파워(A+)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는 이변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목표액 조달에 성공했다.
다만 3분기부터는 7~8월 휴가 시즌과 반기 보고서 제출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월 중순까지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3분기에도 회사채 발행시장의 강세가 예상된다. 4분기 국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회사채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회사채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