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금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54.9%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9년 말(43.0%) 대비 11.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보증대출 비중 역시 13.5%에서 18.2%로 4.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담보·보증을 합한 비신용대출 비중은 56.6%에서 73.2%로 16.6%포인트 커졌다.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집중했을 뿐만 아니라 위험회피 성향을 더 키워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은행이 대출과정에서 설정하는 담보 중 동산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자산 중 △기계설비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 동산 비중이 높다.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으면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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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와 보증을 대출에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 측면이 없진 않다. 담보는 재무정보와 신용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낮춰 대출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문제는 담보와 보증 위주로만 대출이 실행되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혁신성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당장 물적 담보가 없으면 자금 공급이 어렵다”며 “금융기관도 손쉬운 물적 담보에 의존해 단순한 담보 사후관리 수준에 머물러 혁신금융기법이나 모험자본 취급 역량 면에서 금융 경쟁력을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결국 금융의 자금중개역량을 떨어트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술성과 성장가능성이 없지만 담보·보증만 있는 기업에 ‘눈먼 돈’이 흘러갈 수 있다. 반면 기술력과 성장성은 있지만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모델과 사업타당성 등에 대한 제3자를 통한 객관적인 검증 기회조차 날리게 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은행은 우리한테 없는 것(부동산 담보)을 주로 요구하고 우리에게 있는 것(동산담보, 지적재산권 등)은 봐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