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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15만원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 불과 1~2년 사이 가격이 급등했다. 현재는 17만원, 작품에 따라 많게는 18~19만원까지 최고가가 형성되고 있다. 엄 대표에 따르면 물가 및 인건비 상승 요인이 크다. 스태프, 앙상블도 최저 임금 수준에 맞춰 급여를 책정하게 됐고,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따라 무대 세팅을 위한 야간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으로 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비단 엄 대표만의 생각은 아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뮤지컬 제작 환경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연습실에서 무대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장기 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전문 공연장, 또는 본 공연 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시범 공연을 진행하는 ‘트라이얼 씨어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공연시장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공연 티켓 판매액은 약 1조 2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 284억원) 대비 23.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영화계 총 매출액(1조 2614억원)도 근소한 차이로 뛰어넘었다. 공연이 영화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2019년 6월부터 공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 처음이다.
이를 공연시장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난해 티켓 판매액 증가는 티켓 가격 상승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보고서를 잘 살펴보면 뮤지컬은 물론 연극, 클래식 등 공연시장 전반에서 스타 배우, 연주자에게 관객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발견된다. 인기 공연의 티켓만 잘 팔리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비싼 티켓 때문에 관객이 떠난다면 공연시장은 금세 무너진다. 지금이라도 제작사들은 티켓 가격 안정화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에선 배우들이 출연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도 이런 제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고가의 티켓 가격만큼 관객의 관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정부 또한 ‘공연시장 1조원 시대’라는 상찬만 주목해선 안 된다. 과도하게 비싼 티켓처럼 공연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업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영화계는 팬데믹 기간 티켓 가격을 올렸다 관객이 다시 돌아오지 않아 불황을 겪고 있다. 공연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