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29일 전체회의서 법안 재심의
2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29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최종 결론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개정안은 윤관석·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금융위 의견이 반영된 대안으로 지난 4월 정무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벌금과 별도로 불공정거래 부당 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 △부당 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최대 50억원까지 과징금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총수입-총비용’으로 법제화 △불공정거래 자진신고 시 형벌 감경이나 면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4월·6월 두차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조작 처벌법’, ‘금융사기 환수법’으로 주목받은 법안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원행정처가 법안 처리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4가지 쟁점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선 법원행정처는 최대 2배 과징금에 대해 “금전적 제재가 과도해 책임주의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최대 50억원 과징금 조항에 대해선 “상한 부분이 (높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는 불명확했던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법제화하고, 주가조작단 등 피고인이 가격 변동분을 소명하는 조항도 반대했다. 이 조항은 부당이득을 산정할 법적 기준이 없어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로 포함됐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검찰에서) 피고인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도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입증 책임의 문제”라며 “법원과 법무부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고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맞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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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50년형인데…韓 개미 피눈물에도 솜방망이”
이들은 자진신고나 범죄 규명에 기여한 경우 형벌 감경이나 면제하는 이른바 리니언시, 플리바게닝 관련 조항도 반대했다. 이 조항은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주가조작 등을 내부 고발을 통해 적발하려는 취지로 입법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법사위 회의에서 “제가 아는 법 상식으로는 이러한 규정을 한 예가 없다”며 “규정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동이 걸리자 금융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긴급하게 국회를 찾았다. 이 원장은 법사위·정무위 여야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증권범죄 솜방망이 처벌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도 ‘주가조작 일벌백계’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에 징역 150년, 종식형을 선고받았다”며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주가조작단이 죄의식 없이 개미들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려면, 자본시장 제도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