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년째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루는 가운데 재심을 신청했던 최말자(77세)씨는 지난 2일 여성 단체 회원들과 함께 대법원 앞에서 재심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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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집에서는 “짐승만도 못한 놈하고 어떻게 결혼해서 살 수 있냐”며 가해 남성을 강간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화가 난 남자의 집에서도 소녀를 중상해죄로 맞고소했다.
당연히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소녀와 가족들에게 놀랍게도 성폭행을 방어하기 위해 혀를 깨문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소녀는 가해 남성보다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 소녀는 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남성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소녀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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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듬해 2월과 9월 재판부는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나 당시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증명할 증인이 나오지 않는 한, 재심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또 “반세기 전 일이라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 대법원은 재심 개시 여부를 고민 중이나 1년 8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를 다툰 대표적 판례로 형법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또 1995년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법원 100년사에 소개됐을 만큼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최씨 마음의 응어리로 남았다.
최씨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어느 쪽으로든 서둘러 결정을 내려달라”라고 재판부의 결정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