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마켓리더(부대표)는 20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근 화두는 ESG와 디지털”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에 소비자와 투자자를 만족시키려면 ESG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025년부터 상장사들이 ESG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회계법인과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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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리더는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에 1994년에 입사해 약 30년 가량 회계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꾸준히 정책 자문을 해왔다. 미국 나스닥 상장 등 해외 상장업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감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 등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가 올해 회계 업계의 화두로 ESG를 지목한 것은 국제표준이 조만간 확정되기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6월 말에 국제표준 ESG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한다. 금융위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ESG 금융 추진단’을 지난 17일 구성했다. ESG 공시·평가·투자 전반에 걸쳐 국내에 적용할 정책 과제를 논의·결정하기 위해서다.
관련해 김 리더는 “ESG 준비에 대해 막막해 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삼박자(가이드라인·타임라인·지원라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우선 가이드라인의 경우 그는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ESG 공시를 할지, 이 공시를 어떻게 평가할지 등을 막막하게 느끼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에 대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좀 더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리더는 타임라인의 경우에는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일정을 담은 로드맵도 제시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 규제가 적용된다. 2030년까지 연도별로 세분화 된 타임라인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김 리더의 판단이다.
특히 김 리더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라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규모의 상장사는 ESG를 준비하는데 여력이 없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ESG 지원센터를 추진해 중소기업의 ESG 준비를 지원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검증의 신뢰성·일관성·지속가능성을 고려해 회계법인이 ESG 관련 제3자 검증기관을 맡는 방안도 도입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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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ESG 대비를 위해 정보기술(IT)로 무장해야 한다는 게 김 리더의 지론이다. 다양한 ESG 지표를 손쉽게 종합적으로 점검·공개하는데 디지털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최초로 이번 달에 ‘ESG 데이터 플랫폼’을 출시했다. ESG 공시를 준비 중인 기업이 한 눈에 자사의 ESG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이다.
그는 “글로벌 포털처럼 전 세계 ESG 정보를 볼 수 있는 ‘ESG 아이닷컴(가제)’도 연내 출시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무제표를 점검해주는 ‘월드 와이드 이지뷰’ 서비스에 인공지능(AI) 접목, 회계 구독서비스 ‘로보틱 플랫폼’ 기업용 버전 출시 등도 추진해 디지털에서 앞서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리더는 “신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 도입 이후 회계 독립성·투명성, 감사 품질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현행 신외감법을 유지하는 토대 위에 회계업계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를 하는 사람들이 기업 활동에 제동을 거는 게 아니라 탄탄한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 혁신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는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기조 하에 회계 분야의 소식과 사람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연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