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 시장을 관통한 두가지 키워드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통화당국이 단기간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부동산이었다. 저금리 기간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급하게 오른 만큼 내리막도 가팔랐다. 레고랜드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PF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이는 크레딧 시장의 가장 큰 위험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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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크레딧시장 전문가 203명을 대상으로 ‘33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을 진행한 결과, 크래딧 시장 잠재 이벤트 요인으로 113명(55.7%)이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꼽았다. 이어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 리스크’(19.7%), ‘가계부채 문제’(11.3%), ‘외환 유동성’(3.4%)가 뒤를 이었다. 모두 고금리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영역이다. 지정학적 위기(1.5%), 전염병(0.0%) 등은 미미해 한때 금융시장 최대 악재로 꼽혔던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코로나19는 이제 소멸된 재료가 됐다.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관련 업종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향후 1년 내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산업(복수응답 허용)으로 62.6%가 건설을 꼽았다. 캐피탈(55.2%), 증권(25.6%)이 뒤를 이었다. 모두 부동산 PF에 대한 노출도가 큰 업종들이다.
신용도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기업 1위로는 25.6%를 얻은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이 꼽혔다. 이미 상반기에 한차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이뤄져 현재 A0 등급이지만 더 낮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둔촌주공 시공단 중 하나인 롯데건설에 자금지원을 한 롯데케미칼이 2위에 올랐다. 오케이캐피탈, 한국토지신탁, 한화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부동산 PF 관련 기업들이 워스트 40위권에 들었다.
한 SRE 자문위원은 “금리 인상에 대한 체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의 환경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기업을 비롯해 개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이 커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