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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온라인스토킹’ 처벌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온라인에서 ‘괴롭히거나 해악을 끼칠 목적’으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피해자 등을 사칭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것 △일상 생활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것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건네는 것 △주거지 등에 놓인 물건을 훼손하는 것 등 스토킹행위를 5가지로 규정해 법 적용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현행법상 제3자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스토킹은 처벌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 등이 온라인스토킹과 관련 있어 보이지만, 스토킹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스토킹을 당하고도 수사기관의 협조 등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가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답변을 받는 식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발간한 ‘온라인스토킹의 실태 및 대응방안’을 보면 온라인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2030세대 여성 10명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 여성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관련 사건을 3번이나 의뢰했는데도 반응이 없고, ‘내가 예민하다’는 평가만 했다”며 “검찰에도 고소장을 보냈으나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은 “경찰청 여성청소년계와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고, 100장의 증거물을 제출했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법 개정 추진을 환영하고 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변호사는 “피해자나 피해자의 주변인을 사칭하는 행위, 공개 게시판이나 SNS 등에 게시물을 게시하는 행위 등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로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사각지대로 꼽혀온 온라인스토킹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SNS나 익명성에 기대 일어나는 온라인스토킹은 증거수집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캡처해놓으면 증거확보가 되겠지만, 예컨대 자신이 모르는 사이트 등에 본인을 사칭해 남긴 글 등은 증거로 확보하긴 어렵다”며 “특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