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 G2 통화 강세가 주는 함의

권소현 기자I 2021.08.18 06:1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7월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위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연중 최고치까지 올라왔다. 5월 중순 이후 90 내외에서 머물다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 92.5를 넘었다. 그만큼 달러가 강해진 것이다. 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넘었다. 역시 연중 최고치다.

달러가 강해진 건 연준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6월에 연준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두 차례 금리를 올리겠다고 얘기했다. 그 영향으로 0.1%대였던 미국의 국채 2년 금리가 0.2%대로 올랐고, 달러화가 강세가 됐다.

2000년 이후 연준이 통화 완화 정책을 바꾼 경우가 네 번 있었다. 2004년 금리 인상, 2014년 테이퍼링 시작, 2015년 금리 인상과 2017년 자산재투자 종료가 그것이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달러 수요가 늘었다. 완화정책이 바뀌는 초기에 환율 변동이 특히 심했는데 정책 변화에 대비해 달러를 보유하겠다는 심리가 작동한 결과다.

이번에도 8월에 잭슨홀 미팅이 예정돼 있다. 과거에 각국 중앙은행장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이 중요한 정책을 내놓았던 사례가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8월 미팅에서 유동성 공급 중단에 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외환을 매매하는 입장에서 달러화를 더 보유해야 하는 유인이 생긴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달러화 강세에 한 몫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과 사망 사이에 고리가 강하지 않다. 반면 다른 나라는 이 수준에 못 미친다. 변이 바이러스로 상황이 불안해질 때마다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 관심이 집중되는 게 당연하다.

향후 달러화에 영향을 줄 요인 중에는 미국의 부채 한도협상도 있다. 의회에서 미국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의 규모를 정하는데 잘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폐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7월 말 현재 미국 재무부가 213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라도 정부가 폐쇄되지 않을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지만 재정 집행 과정에 달러가 약해질 수 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통하는 중국의 위안화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연초보다 2% 넘게 절상됐고 7월에 한때 6.35위안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연초 이후 주요국 환율 중에서 위안화의 절상 폭이 가장 크다. 작년 이맘때 7.3위안을 넘어 달러당 8위안을 돌파할 거란 전망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위안화가 강해진 건 중국경제가 좋아서다. 작년에 주요국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중국은 3%대 성장을 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확장 추세가 이어졌는데 그 영향이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적인 필요도 위안화 강세에 한 몫 했다. 미국과 마찰이 무역에서 기술로 발전했는데 여기서 한 보 더 나아가 환율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중국입장에서 위안화 강세가 필요했다.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은 고속성장 과정에 누적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내수 확대에 나섰다. 위안화가 강해질 경우 구매력이 향상돼 목표 달성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강제로 조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양대 국가의 통화가 모두 강해지고 있다. 원화는 반대로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통화가치 변동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미국과 중국의 통화 가치 상승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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