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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수익성 개선과 함께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경쟁사들 다 할 때 가격 인하 않고 SUV 출시 늦어
현대차(005380)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며 2016년 179만대를 판매, 200만대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발생한 사드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 해 판매대수가 115만대로 전년 대비 36% 급감했다. 이후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매년 하락세를 거듭했고 지난해 66만대까지 추락했다.
표면적으론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현대차의 중국사업 위기 요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부터 누적돼 온 부실로 인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올라가면서 수입차 브랜드 순위에서 가장 밑에 있던 한국 기업들이 따라 잡히기 시작했다. 그게 2015년이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가 물량전을 벌이고 있을 때라 외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차에 대한 외면이 본격화됐다.
일본차의 경우 2012년 벌어진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사태로 감정이 좋지 않긴 했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만족도, 가격경쟁력 등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미 사로 잡고 있어 타격을 금세 만회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진출 초기에 대도시의 택시 물량을 대거 확보하며 쏘나타 등을 공급하는 전략을 폈다. 이게 그 당시만 해도 큰 판매진작 효과를 올렸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현대차는 택시에나 쓰는 차’란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또 가격 정책에 있어서도 토요타 등 경쟁 브랜드들이 가격을 낮출 때 현대차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상품 구성에 있어서도 경쟁사들이 SUV 모델을 한창 출시할 때도 현대차는 세단을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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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외부적 요인도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은 현대차에겐 최악의 조건이다. 사드 사태가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앞으로도 미중간 대결 구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은 외부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도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현대차의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9년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추진됐고 2020년 3~4월경 방한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때 시 주석이 방한 선물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해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방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런 기대가 다 무산됐다. 최근 다시 시 주석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당시보다 미중 관계가 더 나빠진 터라 그때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일각에서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으로 인한 대중 관계에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그것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대만해협에서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원론적이고 중립적인 얘기다. 이걸 이슈화시키긴 어렵다.
◇영업조직 정비·공장 정리 등 수익성 강화는 긍정적
해법은 장기전략을 통해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수익성 강화를 이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기간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올해 현대차·기아가 계획하고 있는 고급화·전동화는 좋은 선택이다. 당장 효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중국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가격을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합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전기차도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꼭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아이오닉5나 EV6로 처음부터 이익을 내기 쉽지 않겠지만 미래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중국 시장의 영업조직을 정비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각 1곳씩 공장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중국만을 위한 모델, 서비스, 가격정책 등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특별하고 중요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올해 반드시 반등을 이뤄내겠다, 몇 년 안에 100만대를 다시 넘어서겠다는 식의 목표는 안된다. 그러다 보면 외형성장을 위해 무리수를 던지게 되고 결국 재기의 기회를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