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어 등판에 치열해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 '눈치싸움'

김성훈 기자I 2020.10.05 02:30:00

현대중공업, 공시번복 불사하며 매각전 참여
KDB인베와 연합군 형성…인수에 ''강한 의지''
MBK 등 사모펀드들 ''자금에서는 안 밀린다''
우발채무 리스크·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변수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예비 입찰에 대형 원매자들이 인수 의사를 내비치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던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인수전에 뛰어들며 초반 매각전 판도를 뒤흔들고 있어서다.

이에 질세라 자산운용규모(AUM) 27조원으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로 발돋움한 MBK파트너스와 국내 M&A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꼽히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까지 예비입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본입찰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동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50톤급 대형 굴착기(사진=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공시번복’까지 불사하며 참여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진행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 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전량(36.07%)이다. 이번 매각 대상에서 빠진 인프라코어 자회사 두산밥캣(241560)의 지분 가치를 제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매각 대금은 8000억원~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 불거진 인수설에 지난달 8일 “당사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공시하면서 관련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예비 입찰 당일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앞선 공시를 번복하며 매각 전에 뛰어들었다.

공시 번복에 따른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까지 감수하면서 매각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확실한 인수 의지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점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의지 관철을 위해 공시번복 정도는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막판까지 인수 의지를 조율하다가 중국법인 우발채무 리스크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한 뒤 최종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KDB인베스트먼트 양측 모두 부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KDB산업은행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뛰어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KDB인베스트먼트의 의사 결정에 KDB산업은행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떤 형태로 참여하던 간에 KDB산업은행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뛰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본입찰 전까지 치열한 눈치싸움’ 전망

현대중공업이 KDB산업은행 계열 재무적투자자(FI)와 연합군을 꾸리며 매각전에 뛰어든 상황이지만 사모펀드들의 막판 저력도 관전 포인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5월 68억달러(8조원) 규모 5호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조성에 성공하면서 자금 면에서는 어떤 원매자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동양매직과 라파즈한라시멘트 엑시트(자금 회수)에 이어 지난해 SKC코오롱PI(178920) 인수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글랜우드PE도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모집에 총 8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을 제안하는 등 하우스 규모를 키우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심은 현재 구도가 본입찰까지 이어지느냐에 쏠린다. 추석 이후 매각 측은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추린 뒤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 등을 따져보는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수 의중을 어느 정도 교환한 상황에서 매각가에 대한 현격한 차이만 없다면 이들 모두 숏리스트에 선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매각전 사이에 불거질 변수도 고려요소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 리스크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전략적투자자(SI)인 현대중공업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 심사 관문도 넘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원매자들의 참여로 초반 매각전은 흥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막판까지 매각전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지에 따라 인수 의지는 물론 매각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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