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놓고 운용업계가 시끄럽다. 그동안 펀드에 있어 국내 주식에 대한 양도 손익은 비과세였지만 2022년부터 집합투자기구(펀드)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이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행에선 소액주주든, 대주주든 펀드를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다면 양도소득은 비과세였지만 이런 장점이 사라지면서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본공제 없는 과세, 간접 투자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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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2023년 투자자 A씨는 삼성전자(005930) 주식에 100만원, 투자자 B씨는 삼성전자(005930)를 100% 담은 펀드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증권 거래세, 판매보수, 성공보수 등을 제외한다는 가정 아래 주가가 10% 올라 1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A씨는 10만원을 가져가지만 B씨의 몫은 8만원이다.
한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는 “간접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내 공모 펀드 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고, 가뜩이나 한국 시장은 수년 동안 박스피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렇게 되면 해외 펀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양도소득은 과세 대상으로, 어차피 세금을 내야 한다면 해외 주식형 펀드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싼 수수료 매력 ETF 어쩌나
상장지수펀드(ETF) 업계도 비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 설정규모는 2017년 말 35조610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4조931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ETF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 저렴한 수수료에 있다. ‘KODEX200’은 1일 기준 시가총액 4조6158억원의 대형 ETF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주에 주로 투자한다. 그동안 주식형 ETF의 양도소득은 비과세였지만 2022년부터 과세 영역에 포함된다. ‘싼 수수료’라는 매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ETF 운용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파악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한 ETF 업계 관계자는 “ETF 등이 기본공제에 포함되는지 등에 현재 추진 방향에는 포함되지 않아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 “나온 사안대로만 적용된다면 그나마 활성화되던 ETF 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공모 펀드 설정액은 197조5010억원에서 2019년 말 237조2200억원으로 40조원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117조6817억원에서 412조409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게 가다간 수년째 정체 중인 공모 펀드, 그중에서도 대체 투자 등에 밀린 국내 주식형 공모 펀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모펀드 악재 등이 겹치면서 펀드 업계 자체의 부진도 우려된다.
다만 추진 방향이 확정 사안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7일 공청회 등을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간접투자,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기존 정부 방침대로라면 기본공제 포함이나 과거 소득 공제는 물론 그 이상의 ‘카드’가 나와야 그나마 활성화될 수 있단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펀드에 대한 기본 공제, 장기 투자에 대한 혜택과 같은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전해져 합리적인 세법 개정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