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분기에 비해 1.6% 포인트 높아져 조사대상 43개국 중 홍콩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가계와 기업을 합한 민간부문 전체로는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16조원 늘었다. 통계를 처음 낸 2009년 6월 이후 지난 4월(27조 9000억원)과 3월(18조 7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특히 4~5월의 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작년 동기의 4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빚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1·2차 추경(24조원)에 이은 3차 추경(35조원)으로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면 모두 빚으로 메꿔야 하므로 국가채무 급증도 예고돼 있다. 아직은 버틸 만하다지만 지금의 증가 속도로는 자칫 국제신용등급이 위협 받기 쉬운 실정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가나 민간의 빚이 늘어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가계·기업의 연쇄 피산이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증한 빚이 장기화되면 투자와 소비의 발목을 잡고 경기 회복을 늦추기 십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바로 그런 사례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으려면 먼저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기업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온갖 규제로 손발 묶기에 여념이 없다.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공룡 여당을 등에 업고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 등 규제 법안을 쏟아낸 것부터가 그렇다.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25%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빚더미 대한민국’을 후손에 물려주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말로는 ‘리쇼어링’을 외치면서도 규제 입법을 쏟아내는 언행불일치가 문제다.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미련 없이 버리고 경제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정부·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