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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3석 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실 수 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소 불쾌한 질문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기자는 권 원내대표의 또렷한 답변에 오히려 머쓱해졌다.
◇“기득권 세력과 관계 중요한 與…과감한 변화 못 해”
국민의당이 이번 국회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정책이다. 당에 ‘안철수’라는 뚜렷한 대권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좋은 정책이 함께 한다면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정치권의 큰 화두인 ‘기본소득’ 관련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앞으로 한국은 AI(인공지능)·플랫폼·데이터 등 3대 경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안전성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라며 “그렇기에 사회 안전망이 고용을 기반으로 한 보험이 아니라 기본소득·기본연금 등의 체계로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회보험체계가 아닌 조세체계 자체를 바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이른바 AI세(稅), 로봇세(稅) 등이 필요하단 얘기다. 그는 “당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와 공유가 끝났고 조만간 최고위 의결을 마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권은 기존 일자리, 기존 보험체계에서 형성된 기득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한계에 봉착한 안전망을 조금 확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AI·플랫폼·데이터 등 성장동력을 촉진 시킬 수 있는 과감한 의제를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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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는 종전 안철수 대표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을 ‘소통’에서 꼽았다.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된 그는 21대에도 함께해 소위 ‘진안계’로 분류된다.
그는 “예전 안 대표는 옳은 이야기를 하면 이를 설득하거나 소통하는 과정이 없어도 주변과 국민이 다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즉 옳은 결정이 곧 소통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소통이 없다면 올바른 결정도 옳지 않은 결정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 대표가 전에는 결정을 내리기 전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서 공유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활발히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가진 올바름과 최선, 공익에 대한 생각이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며 “국민의당 의원으로서 안 대표의 방향성 등을 어떻게 국민에게 잘 전달하고 안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안 대표가 국민에게 메시지를 너무 논리적으로 말하려 하지 말고 감성적으로 전달하면 더 빠른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고도 전했다.
그는 안 대표가 보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통합당으로 들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일각의 제안에 대해서 “구태의연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때도 그랬지만 통합당은 혁신동력을 잃었다 싶으면 안 대표를 끌어들인다”며 “안 대표는 정치진영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최대한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대선을 준비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인 1호는 ‘아동 주치의 의무화’…“김용판에 할 말 없다”
3선 의원이 된 권 원내대표는 개인 1호 법안으로 아동 학대 및 건강상태를 의사가 의무적으로 검진토록 하는 ‘아동 주치의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법안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소아청소년의사회 등 관련 단체와 의견을 조율한 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발의할 계획이다.
그는 “개원 의사들이 아동을 등록받고 의무적인 내원을 통해서 학대를 검사하고 의심스러울 때 경찰서에 통보하는 예비차원의 정책”이라며 “예방 차원 시스템이기 때문에 재원 마련에도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조기발견을 통해 지출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경기도는 치과에 한해 아동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악연’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현 미래통합당 의원)을 만난다. 경찰 출신인 권 원내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태 당시 김 전 청장이 수사팀 관계자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고 결국 이 사건은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아마 행안위에 가면 김 전 청장을 만날 것 같다. 만나도 말은 안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1순위는 법사위, 2순위는 행안위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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