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연구원이 질병관리청 산하에서 방역과 연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의견과 복지부 산하에서 범정부적인 연구개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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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硏 빠진 질본 `청` 승격…“질본과 함께 해야 시너지” 반론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질본 산하에 있던 핵심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이 조직 개편 과정에서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지난 3일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고, 복지부에 보건의료 전담 차관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 방안도 함께 설명했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 중의 하나가 감염병연구소 신설 못지않게 국립보건연구원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에 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데 이 경우 감염병연구소를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하게 되면 연구원과 분리돼 보건연구원 산하로 감염병연구소를 만드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차관은 “미국의 CDC와 NIH와의 관계를 같이 염두에 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질병예방센터(CDC) 산하에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있다.
문제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질본의 인력과 예산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질본의 현재 정원은 907명, 예산은 8171억원인데,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빠지면 정원은 780명, 예산은 6751억원으로 줄어든다. 특히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연구원이 빠져나가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이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 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정책과 방역 기능, 감염병 연구기능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격려하고 밀어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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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도 “보건硏, 질병관리청과 따로 발전해야”…행안부 재검토 중
반면 보건연구원이 감염병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복지부 산하에 있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복지부 산하에 있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해 치료제나 백신 개발뿐 아니라 줄기세포나 의료 기기 등 보건의료 기술 개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바이오헬스산업 등의 발전에도 보건연구원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청의 소속기관 형태보다는 복지부의 직접 소속기관으로서 질병관리청과 같이 발전·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에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관련 역학분야 연구 강화와 함께 만성질환이나 미세먼지·전자담배 등 각종 중독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대응 등의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이번 개편안에는 아직 질병관리청의 앞으로 늘어날 인력 등을 담은 직제 방안이 담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정부조직법이 통과해 질본이 청으로 승격하면 필요한 연구 인력과 기능을 보강할 예정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염병연구소와 질병관리청의 인력 등 직제에 대한 부분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대통령령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청 승격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이 통과한 후 시행 전까지 연구 인력 보강 등을 협의할 계획이었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감염병연구소의 소속 문제는 재검토 지시가 내려온 만큼 국회 논의 전까지 확정을 지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