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가 보유한 인수합병(M&A) 매물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래가 ‘올스톱’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에 실탄은 충분해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것이다.
다만,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재평가받는 매물도 있어 매각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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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회사나 사모펀드(PEF)가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매물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PIIH)가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해 로젠택배(베어링PEA), 영실업(PAG), 코엔택(맥쿼리PE) 등이 있다. 최근 ‘5조원 매각설’이 불거졌던 이베이코리아와 IPO 재시동을 건 티몬(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외국계 보유 매물로 꼽힌다.
외국계 보유 매물이 M&A 시장에 쏟아지며 열기가 뜨거워질 법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예상보다 차갑다. 코로나19에 ‘알짜’ 매물로 평가받던 매물들조차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애를 먹고 있어 쉽사리 거래로 이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던 푸르덴셜 생명은 지난 19일 본입찰 이후 비슷한 인수가를 제시한 2~3개 회사를 대상으로 추가 가격 경쟁을 붙이는 ‘프로그레시브 딜’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입찰가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각 측이 원한 금액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상위 입찰자 간 가격 경쟁을 부추겨 가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원매자들의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전제에서 먹히는 전략이지만 경쟁사들의 추가 제안이 없을 가능성도 있어 양측 간 눈치싸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통상 본입찰 이후 1~2주면 윤곽이 드러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국내 토종 완구기업으로 2012년 홍콩계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던 영실업도 최근 매각이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교육·출판 기업 미래엔이 컨소시엄을 꾸려 영실업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측면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세부 협상을 2~3달 늦추기로 했다. 완구업계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거시경제까지 불안정해지자 인수 협상이 원활히 흐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 언택트 관련 매물엔 ‘관심’…“온도차 커질 것”
이달 초 G마켓과 옥션, G9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5조원으로 점쳐지는 매각가를 두고 감소하는 실적 흐름과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 부재를 감안하면 ‘원하는 가격을 받고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적잖은 거금을 주고 매입할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단 시장 분위기를 알아보려는 의지가 반영됐던 것 같다”면서도 “거래 성사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며 관련 매물에는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정 소비가 늘며 최근 호황을 맞은 택배업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매각 무산 이후 재매각에 나선 로젠택배 인수전 실사에 총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이 배송 서비스에 방점이 찍힌 만큼 재무구조나 생산능력 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배송에 사활을 건 신세계(004170)가 로젠택배 인수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점도 인수전에 열기를 더하는 요소다. 이마트(139480)가 2013년 스타필드 부지로 매입한 서울 강서구 마곡 부지를 8138억원에 매각하면서 인수전 참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연초만 해도 지지부진하던 로젠택배 인수전이 신세계의 등장으로 ‘메기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로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마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나 매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기존 매물들에 대한 깐깐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단계로 봐야 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들은 경쟁이 여전해 M&A 매물 간 온도 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