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카드 아껴두고 유동성 확대방안 내놔
한은 금통위는 12일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적격담보증권을 확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은행 창구를 통한 유동성 공급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시중은행이 한은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이나 일중당좌대출, 자금조정대출 등을 받을 때는 담보를 내야 하는데, 이를 확대해 시중은행의 담보제공 부담을 낮추고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오는 4월1일부터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국채와 통안증권, 정부보증채에서 산업·중소기업·수출입금융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까지 확대한다.
한은은 이달 중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테스트를 실시, 유동성 공급 채널도 은행 외에 증권금융·증권사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달 금통위는 비(非)통화정책결정 회의다. 국회에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0년 3월) 내용에 대한 의결 등을 주요 안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금통위에서 임시 금통위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통화정책방향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전격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시장에서는 한은의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한은이 이번 달 임시 금통위를 열지 않더라도 4월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조정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추가적인 완화여부를 판단해 나가겠는 것이 금통위 입장”이라며 “그 외에도 이번 사태에 맞는(타겟팅) 정책들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은행의 대응 방향은 금리보다는 금융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임시 금통위가 개최해 금리를 단행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코로나19 vs 금융안정’ 둘 다 우려
이날 한은이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민간의 신용팽창 심화를 우려하는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당초 예상보다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앞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당시의 한은 시각을 알 수 있는 한편 다음 금통위 결정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번 보고서 참고문건에 실린 ‘최근 신용증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민간신용 팽창이 심화한 가운데,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 효과는 축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인하의 부작용이 큰 반면, 실물경제 진작 효과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2018년 1분기 이후 민간신용은 확장기에 들어섰다. 문제는 그 상승세가 여타 다른 국가들보다도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다. 최근 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주요국(국제금융협회(IIF) 조사대상 52개국) 중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자금의 상당부분은 부동산으로 쏠리는 모양새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공식화한 것이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인하는 자금조달 비용을 하락시켜 가계 신용증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한은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상황이 악화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과거 사스(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SARS)때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도 더 크다고 진단했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최근 들어 코로나 사태가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 경우 코로나19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이 염려가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