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스크 대란’ 해결을 위해 쏟아내는 대책들이 미봉책에 그치면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건강한 성인은 보건용 마스크가 없으면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의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이 그렇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으며, 한 번 쓴 마스크는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말려 재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12일 발표됐던 지침을 20일도 안 돼 또 바꾼 것이다.
그동안 KF94나 KF80 등의 인증 마스크 사용을 권장했던 것이 정부 입장이다. 재활용은 물론 안 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건용으로 면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하는 데 따른 방안이다. 대한의사협회도 “마스크 재사용은 의학적으로 권장할 수 없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당국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침 변경에 대해 “마스크 수급 실패에 따른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질 만하다. 정부가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이의경 식약처장도 “마스크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권고”라며 궁여지책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겠다고 검증도 안 된 마스크 사용법을 채택했다가 사태가 악화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대재앙이 기다릴 뿐이다.
당·정·청이 어제 대책회의를 열고 마스크 수출 물량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체 생산량의 10%에 불과한 수출 물량을 푼다고 해서 해결책이 못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대란에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표명하자 당·정·청이 부랴부랴 나섰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었다는 얘기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백약이 무효다. 마스크 생산 확대의 걸림돌부터 제거하고 최소한의 물량은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사태 해결의 지름길이다. 지역 주민센터나 건강보험 전산망을 활용한 보급경로 구축이 하나의 대안이다. 갈팡질팡 행정을 바로잡는 것도 급선무다. 마스크 수급에서만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조속히 극복하려면 정부 차원의 일사불란한 대처가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