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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증권사 연간 전망에 의문을 품습니다. 어차피 맞지도 않는다는 이유에서죠. 최근 2년만 보더라도 증권사의 연간전망은 크게 엇나간 수준입니다. 2018년 상반엔 ‘코스피 3000·코스닥 1000’을 외쳤었지만 하반기가 되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3000선은 커녕 2000선도 아슬아슬했고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상당수가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외치며 하반기 지수가 오른다고 봤었는데 이제까지의 결과는 오히려 ‘상고하저(上高下低)’ 에 가깝습니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이는 더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바로투자증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증권사의 연간 전망 중 3개년(2001·2006·2012년) 을 제외하면 모두 상·하단 전망치를 이탈했다고 하네요. 이렇듯 매번 빗나가는 연간전망이다 보니, 해서 뭐하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죠.
그렇다면 한국 애널리스트들만 유독 무능해서 그런걸까요? 사실 연간전망이 빗나가는 건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증권사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켄 피셔는 지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증시의 연간 전망이 일관성 있게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오히려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구간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오히려 높더라는 겁니다.
도대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왜 틀리는 걸까요?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듭니다. △예측할 수 없던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투자심리가 좋아지거나 망가질 때 시장은 과잉반응하는 습성이 있다 △애널리스트의 전망을 시장이 선반영한다 등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글로벌 금융위기나 미·중 무역분쟁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시장은 이러한 변수에 지나치게(펀더멘털로는 설명할 수 없는) 크게 좌절하거나 기뻐한단 얘깁니다. 또 애널리스트가 ‘5월엔 시장이 나빠질 거야’라고 계속 언급하면, 시장은 3~4월쯤 미리 대응하기 때문에 실제로 5월엔 시장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증권사 전망치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하단 전망치와 가장 공격적인 상단 전망치의 의견을 집중해서 들어보는 것이죠.
이 연구원은 “강하게 보는 사람은 강하게 보는 논리가 있고 약하게 보는 사람은 약하게 보는 논리가 있는데, 여기서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요인과 과평가 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 한번 더 체크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히려 더 자주 발생했었기에 해당 논리를 하나의 시나리오를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밴드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상·하단 극단의 밴드를 전망하게 된 논리에 집중하란 겁니다.
증권사 보고서의 말미에 보면 으레 이런 말이 써 있습니다. ‘본 자료는 고객의 주식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이죠. 쉽게 말해 보고서는 참고서 정도로 쓰란 얘깁니다. 내년도 연간 전망을 다룰 투자자들도 밴드 그 자체보다는 그들의 논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