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는 LTE에 비해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초고속)전송하고 실시간으로(초저지연) 모든 것을 연결(초연결)한다는데, 나와 있는 서비스만 보면 이런 특성을 체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는 279만4536명(8월 말 기준)을 넘었고, 올해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대부분 5G 모델이나 “속도가 빨라지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가 생겼다”는 정도 외에는 ‘혁신’이라 불릴만한 서비스는 별로 없습니다.
◇5G는 진화한다..지금은 초기 인터넷과 비슷
인터넷이 우리 삶에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PC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시작됐고, 이후 ADSL이라고 불리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를 거치면서부터입니다. 모바일 인터넷은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2009년 11월 이후 폭풍 성장했죠. 아이폰 출시로 국내 사용자의 모바일 경험도 앱 중심으로 바뀌어 카카오·쿠팡(2010년), 배달의민족(2011년)같은 스타 기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경험에 비춰보면 △LTE보다 최대 20배 빠르고(20Gbps)△실시간 반응속도가 LTE의 10분의1(1ms=1/1000초)에 불과하며 △1㎢ 면적당 연결하는 단말기 수가 LTE보다 10배나 많은(100만 개)진짜 5G의 모습을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똑똑해진 5G, 플랫폼으로 진화
그런데 5G는 과거의 통신망들과 다릅니다. 통신망에 접속하는 모든 것에 똑같은 전송지연이나 대역폭을 할당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 있죠. 실시간 반응 속도(초저지연)가 중요한 자율주행차·원격진료와 반응속도보다는 데이터 전송량이 중시되는 미디어 서비스가 있다고 했을 때, 이를 하나의 망(5G)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Network Slicing)’이라고 불리는 기능입니다. 망은 하나인데 논리적으로 쪼개 각각의 데이터 서비스에 독립적인 네트워크 자원을 할당할 수 있죠. 마치 다른 통신망을 쓰는 것처럼 서비스별로 다른 서비스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서비스의 품질보장(QoS)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택시 시장에 ‘타다’가 나오면서 천편일률적이던 택시 요금 체제를 무너뜨리고 탄력 요금제 시장을 연 것과 비슷합니다. ‘타다’는 평균적으로 요금이 20% 정도 비싸고 필요할 때 한 달 동안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예약제도가 가능한데, 5G 역시 SNS 정도만 쓰는 사람과 실시간 원격진료를 받는 사람의 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G가 단순한 접속을 제공하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판매자(원격진료를 하는 병원)와 구매자(이용자) 양쪽을 끌어 들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플랫폼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실감 미디어’ 5G
LTE 시대, 넷플릭스가 유료 방송 시장을 잠식했다면 5G는 시·공간을 초월해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그랑서울 리그오브레전드 전용경기장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고(SK텔레콤 ‘Jump AR·VR’)△TV 속 아이돌 스타를 책상 위로 불러내 입체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죠(LG유플러스의 ‘U+AR’앱). KT가 선보인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FITT 360(핏 360)’은 유튜버가 목에 걸면 360도 촬영이 자유롭죠. 360 앱을 통해 360도로 찍은 영상을 스트리밍하면서 친구들과 영상통화도 하고 댓글도 쓸 수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브이라이브 VR 전용 앱을 내놨습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장준기 CIC 공동대표는 “올해 미래기술 비전을 다 보여 드릴 수는 없다. 2020년이나 2021년까지 기술스펙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그는 “브이라이브를 보면서 수 만명의 사용자들이 함께 합창하고 이것이 5G초저지연으로 공연장에 전달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저 생중계를 즐길 뿐인데, VR 속에서는 공연장 밖에 있는 팬들도 응원봉을 흔들면서 함께 응원하는 일이 시·공간을 초월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제조업 혁신 앞당길 5G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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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클라우드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MEC와 제휴하면 컴퓨팅 파워나 메모리 크기의 차이 뿐아니라 초저지연이 보장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AWS는 ‘그린그래스(Greengrass)’라는 상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IoT 엣지’라는 상품을 내놨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2년까지 기업의 40% 이상의 클라우드 사용이 엣지 컴퓨팅을 포함할 것으로 점쳤습니다.
MEC는 고사양 PC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에서도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인터넷망에 있던 게임 엔진을 5G MEC 안에 구축하면 되죠. 자율주행처럼 즉시성이 핵심인 서비스는 물론, 클라우드 로봇을 이용해 자동 품질 검사나 이동형 물류 서비스를 하기 편해집니다. 5G MEC가 적용되면 GPU나 센서를 로봇마다 달지 않아도 클라우드로 보내면 되기 때문에 로봇 가격을 많이 떨어뜨릴 수 있죠.
KT와 SK텔레콤은 MEC 서비스를 본격화했습니다. KT는 전국 8개 ‘5G 엣지 통신센터’ 구축을 완료했고, SK텔레콤 역시 10월 중순 ‘5G 모바일엣지컴퓨팅 센터’를 오픈합니다. 이강원 SK텔레콤 클라우드랩스장은 “스마트 유통 분야에서 신세계, 로봇 분야에서 LG전자와 논의하는 등 국내외 기업들과 엣지컴퓨팅을 활용한 5G 신규 서비스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기업전용 5G는 현재의 LTE 연동형 5G(NSA, Non StandAlone)가 아니라 5G 단독서비스(SA, StandAlone)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 적용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