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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사인 ‘덕수궁 PFV’에 따르면 종로구 신문로2가 일대에 짓는 주상복합단지 ‘덕수궁 디팰리스’가 선착순으로 아파트 입주자를 모집한다. 이 단지는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로 아파트 58가구(전용 118~234㎡)와 오피스텔 170실(전용 41~129㎡)로 구성됐다. 시공은 대림산업(000210)이 맡았다.
이 단지는 분양에 나서기까지 순탄치 않은 세월을 겪었다. 1995년 최초 착공한 이후 사업 시행사 대표의 사기 및 횡령 혐의 구속, 파산에 의한 공사중단, 기존에 분양받은 사람들과의 분양대금 반환 소송 등이 이어져 평탄치 않았다.
앞서 이 단지는 시행사였던 보스코산업(주)이 지난 1993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고, 2년 뒤인 1995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득해 착공에 나섰다. 최초 분양 당시 단지 이름은 ‘문화타워’였다. 그러나 분양성적도 신통치 않은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에 외환위기까지 터지면서 공사가 멈췄다. 이후 2001년 ‘킹덤타워’로 다시 이름을 바꿔 분양에 나섰지만 이 역시 분양 참패를 당했다. 그러다 2002년 한진중공업과 시공 계약을 체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키며 자금을 확보하고 새롭게 ‘베르시움’으로 단지명도 바꿔 분양도 순조롭게 진행하는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2003년 발생했다. 건물을 짓던 중 시행사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이 여파로 공사대금을 지급 못해 공사가 또 중단됐다. 당시 건물 외관 공사가 모두 끝나고 내부 마무리 공사를 하던 상황으로 공정률은 80%에 달했다. 시행사는 2006년 결국 파산했다. 건물을 분양받은 계약자 200여명과 시공사는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 파산부의 관리로 넘어간 베르시움은 총 7차례 공매를 진행했지만 유찰됐고, 파산관재인 감독 아래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2016년에 새 주인을 찾았다. 홍콩계 사모펀드가 출자해 만든 ‘덕수궁PFV’가 건물을 인수해 이번에 다시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새 주인이 된 덕수궁PFV는 14년간 공사가 중단돼 노후화된 건축물의 외관 및 상품성을 향상하고자 설계 변경을 골자로 한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2017년 다시 받았다. 기존에 구성했던 아파트 70가구는 58가구로 줄이고, 오피스텔도 216실에서 170실로 줄였다. 작년에는 시공사도 대림산업으로 새로 선정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미 건물이 올라서 있는 것을 이어받아 작년 10월부터 건물 외관 등의 공사를 진행했다“며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을 통해 이전에 오피스텔 등을 분양받았던 계약자들과의 보상 문제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단지는 기구한 사연만큼 한 가지 특이한 점도 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을 공급할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내고 공개 모집하도록 돼 있다. 금융결제원 산하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입주자 저축 취급 기관 포함)를 통해 인터넷 청약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아파트 58가구는 모두 사전 동·호수 지정 등 임의 분양을 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금의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기 이전의 법령에 따라 사업 승인을 받고 이미 한차례 분양했다가 사실상 리모델링을 거쳐 이번에 재분양하는 것으로 현행 규정을 적용 받지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도 받지 않아 ‘분양가 규제’도 받지 않는다.다만 오피스텔은 청약사이트를 통해 다음달 공개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면적 118㎡(옛 48평)짜리 분양가는 20억5000만~24억원이며, 전용 148㎡(58평)은 30억2000만~32억1000만원대다. 펜트하우스인 전용 234㎡ 75억~80억원에 달한다. 2000년 초반에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148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질곡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최초 분양가 대비 3000만~3500만원이나 값이 더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