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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변 재래시장을 찾을 때마다 상인분들에게 “요새 경기가 어떤 것 같으시냐”고 여쭤봅니다. 대부분 “경기 너무 안좋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20년 장사했는데 지금이 가장 어렵다”, “메르스 창궐 이후 제일 힘들다”는 말씀도 자주 하십니다. 사람 사는 게 그렇죠. 대부분의 경우 지금이 가장 힘들게 느껴집니다.
좋았던 기억만큼 나빴던 기억도 퇴색하고 미화되기 때문이겠지요.
인지상정이지만 상인들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만은 없습니다. 특히 가계심리를 파악해 정책을 짜야 하는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입니다. 계속 경기가 어렵다는 말만 듣고 재정을 무작정 지속적으로 풀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비자심리지수(CCSI)입니다. CCSI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지수화한 통계입니다.
기준값을 100으로 해 그보다 크면 가계의 경제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죠. 한국은행이 매달 수천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합니다.
CCSI에 포함되는 질문은 크게 여섯 가지입니다. △현재생활 형편이 어떤지 △생활형편이 향후 어떨 것 같은지 △가계수입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앞으로 소비지출을 확대할지 축소할지 △과거와 비교해 현재 경기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묻습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가계는 △매우긍정 △다소긍정 △비슷 △다소부정 △매우부정 등 5개 응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 △생활형편전망 CSI △가계수입전망 CSI △소비지출전망 CSI △현재경기판단 CSI △향후경기전망 CSI가 산출됩니다. 그리고 이 여섯 가지 CSI들을 취합해 일정한 수식에 넣으면 CCSI가 도출됩니다.
나름 체계적이죠? CCSI는 실제로 가계의 소비심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CCSI가 최근 의심을 받았습니다. CCSI만 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 소비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부진했는데요. 실제 민간소비는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12월 CCSI는 각각 99.2, 95.7, 96.9였습니다. 장기 평균 100에 미달한 수치죠. 특히 11월 CCSI는 2017년 2월(93.6) 이후 21개월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그만큼 경기를 어둡게 바라보는 가계가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막상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결과를 열어보니 민간소비는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201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CCSI가 틀린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CCSI가 부진했던 것은 CCSI를 구성하는 현재경기판단 CSI, 향후경기전망 CSI 등이 크게 낮았기 때문이었는데요, 막상 소비지출전망 CSI는 높았습니다. 가계의 부정적 경기인식에도 불구,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지출 심리는 긍정적이었다는 게 CCSI에도 이미 나타나 있었던 거죠.
소비지출전망 CSI는 지난해 상반기 중 하락곡선을 그렸고 7월에는 105로 저점을 찍었으나 이후 반등해 지난해 9월에는 111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10월(111)과 11월(108), 12월(109)에도 긍정적인 소비지출 심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경기는 어렵겠지만 소비는 늘어날 것 같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죠.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근로시간 단축 등 ‘저녁이 있는 삶’ 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입니다. 40세 미만 2030세대에서 소비지출심리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40세 미만 소비지출전망 CSI는 지난해 9월 122를 기록해 2008년 관련 통계가 편제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0~122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CCSI는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물론 관련 원자재 등을 생산하는 회사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전체 지표와 실제 소비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꼼꼼히, 비교해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