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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민간자격증인 식용곤충식 전문조리사 과정을 마친 남유섭(34) 셰프는 미래세대의 식량안보를 위해 식용곤충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2호 곤충 요리 전문조리사인 남 셰프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 호텔에서 만났다. 경주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한 이후 10년 이상 양식 조리를 해 온 남 셰프는 현재 리베라 호텔 소속으로 일하면서 ‘한국식용곤충연구소(KEIL·케일)’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케일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5년 전이다. 새로운 요리 분야를 찾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것저것 연구하다 식용곤충에 대해 알게 됐다. 처음에는 국내 최초로 식용곤충식 전(全) 공정에 대한 실용 특허를 보유한 케일 측의 요청으로 양식조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 정도였다. 그는 식용곤충에 대한 필요성과 가능성을 인지했고 연구 서적도 찾아 보면서 전문 조리사 과정까지 공부하게 됐다.
남 셰프는 집단 사육에 대한 폐해를 자각하면서 식용곤충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성장한 경상북도 봉화군 시골 마을에 대형 돈사가 들어섰고 강물 오염과 해충 발생으로 주민 간 소송이 생기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지역 특산물인 사과도 재배가 어려워졌다. 자연산 송이버섯도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그로서는 안타까운 경험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셰프의 입장에서 미래 식량 위기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식용곤충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는 “곤충은 소나 돼지 등 기존 가축에 비해 환경오염 요소가 적다”면서 “돼지고기를 1㎏ 생산할 때 5㎏의 사료가 필요하고, 소고기는 10㎏이 필요하지만 곤충은 1.7㎏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집단 사육으로 키워낸 육류는 지구 온실가스의 20% 가까이를 방출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곤충 사육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반 육류와 비교해 100분의 1 수준이다. 2013년 식량·농림수산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식용곤충을 ‘미래의 식량’으로 지정할 만큼 기대도 크다.
문제는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과 거부감이다. 상용화·대중화 단계까지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산업발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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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소·중견 기업들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과 농가를 연결하고 제도적,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하고 국내에 전문 인력 교육 양성 기관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식 전환에 대한 근본 해결책으로는 ‘미각 교육’이 꼽힌다. 대중이 식용곤충도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조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맛을 경험한다면 30년 내에 일반적인 식재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번데기탕은 먹지만 밀웜 에너지바, 메뚜기 파스타를 꺼리는 이중적인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미각 교육을 실시해보면 식용곤충임을 모르고 먹었을 때 10명 중 9명은 그 식재료만 더 달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케일이 식용곤충을 원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특허 기술력으로 과수분해 단백질, 오일 등의 형태로 추출해 생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부감을 줄이고 식재료로써 범용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는 “국내 식용곤충 조리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앞선 상태”라며 “식용곤충을 물에 완전히 녹는 설탕이나 소금처럼 과수분해 단백질로 만들어 내는 기술은 한국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일은 현재 식용곤충의 원재료 가격 안정을 위해 대량생산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 셰프 역시 앞으로도 식용곤충을 활용한 요리를 연구하고 관련 제품 생산에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