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토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대학들마다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대량해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와 중앙대가 강사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언급했고, 고려대도 기존 교수진의 강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강사를 줄이겠다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최대 3년까지 임용을 보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도 적용받게 된다. 지금껏 ‘보따리 장사’라고 간주되던 강사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이 법은 대학·강사·국회 대표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지난 6개월 동안 격론 끝에 내놓은 합의다. 그런데도 대학들이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강사에 대한 대량해고를 예고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시간강사들의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법 취지로 인해 오히려 당사자들이 자리를 잃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및 학계에서 강사의 구실은 막중하다. 전체 강의의 30%를 책임진 교육자이자, 해당 학문의 미래를 책임진 후속 연구자다. 우리 여건에서 전임교수가 되기에 앞서 강사를 거치는 건 거의 필수과정이다. 하지만 지금껏 대학마다 강사에 대해 홀대해 온 측면이 다분하다. 강사들의 처지에서도 정당한 대우 보장을 요구했다간 눈 밖에 나서 끝내 아무 대학에서도 교수 임용의 길이 막힌다는 약점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결국 문제는 비용이다. 재정에 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대부분 대학이 강사법에 따른 추가 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법이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면 우선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해당 예산의 처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예산이 통과된 이후에도 각 대학들이 ‘강사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철저한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