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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할 수만 있다면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꿈의 복지다. 이런 복지가 현실에 존재할까 싶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실천 중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의 복리후생 제도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시간 복지’다.
우선 매주 월요일에는 오후 출근으로 주 4.5일제를 실현했다. 이마저도 모자라 하루 근무시간을 30분씩 줄여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화제가 되기도 전부터다.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 양가 부모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엔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다. 만약 퇴근하지 않는다면 복지전담 부서 ‘피플팀’이 출동해 등을 떠민다. 법정 육아휴직에 더해 한 달간 유급 휴가를 주는가 하면, 부모 사원은 어린이날 전날이나 다음날에 특별 휴가도 쓸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복지의 원론적 개념에서 시작한 제도들이다.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만난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인사지원실장은 “복지란 곧 행복한 삶”이라고 정의했다.
박 실장은 “복리후생은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하다는 이들이 많아 우아한형제들은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4개월 전 우아한형제들로 회사를 옮긴 김상현(43)씨는 실제로 그 행복을 체감하는 중이다. 이직을 준비 중일 때도 다른 무엇보다 행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김봉진 대표가 ‘행복한 구성원이 더 행복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당시엔 행복을 찾아가는 회사의 실체가 뭘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행복은 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월요일에 오후 출근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을 직접 등교시켜 줄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엔 아이 교육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겼는데, 이제는 아이와 이야기 나눌 시간이 늘어 아이와 나 모두 행복하다”고 전했다.
IT서비스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김씨는 우아한형제들이 다른 동종업체와 문화 자체도 다르다고 말한다.
김씨는 “이곳은 개발자들에게 ‘언제까지 만들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문화가 없다”며 “그렇다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기한을 만들기 때문에 외부에서 매우 선진적으로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야근도 당연히 있지만, 누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다기 보단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며 “개발자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소모품 취급 당하는 기분을 여기서는 잘 안 느끼게 된다”고 자부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2개월 전 이직한 정유리(26)씨 역시 월요일 오후 출근을 가장 좋은 복리 후생으로 꼽았다.
정씨는 “일반 기업에 비해 3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는데, 주말 동안 쉬다가 출근한 직장인들이 자칫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며 “충분히 쉬다 나올 수 있어 전 직장에서 하루 11시간씩 일할 때보다 지금이 더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우아한형제들로 옮기기 전 우아한형제들 고객센터 운영사에서 일을 했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고, 시간이 흘러 회사가 커져도 그 태도가 변하지 않아 이 곳을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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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아한형제들은 임신한 직원들의 사원증 목걸이 줄을 흰색으로 바꿔준다. 동료들이 임신부 사원을 알아서 배려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호칭도 ‘여신님’이라고 한다. 임신한 사원은 출산휴가 전까지 2시간 단축근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있다. 최근 사내 마사지실을 마련하고 연차를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쪼개서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다만 박 실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자칫 ‘편한 회사’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우아한형제들은 철저히 성과주의”라며 “다만, 쥐어짜는 형식이 아닌 구성원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일하기 좋은 회사, 일을 일답게 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