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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 한 달, 주변 약국 "건기식 의약외품 겹쳐 상황 예의주시"

강경훈 기자I 2018.08.04 02:04:04

파스·에탄올·가글 등 각종 ''의약외품'' 구비
건기식도 종류별로…약 빼고 약국과 제품 대부분 겹쳐
약사 없어 건강 조언 받을 수 없어

삐에로쇼핑의 비상상비품 매대. 거즈와 붕대, 밴드 등을 모아 놓았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B급감성 만물점’을 표방한 삐에로쑈핑의 등장으로 주변 약국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삐에로쑈핑이 취급하는 4만여가지 제품 중 의약외품·건강기능식품·가정용의료기기 등이 약국과 겹치기 때문이다. 약국들은 삐에로쑈핑이 약을 팔지 못하기에 당장 매출 타격은 없지만 가격경쟁력과 제품 소싱 능력, 마케팅 능력 등에서 대기업과 경쟁상대가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 지하 1층에 문을 연 삐에로쑈핑은 명품부터 완구류, 식품, 잡화까지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에는 유산균·콜라겐·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파스나 밴드, 가글 같은 의약외품, 코세척기·체온계·혈압계·콘돔·진단키트 같은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등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있다. 그래서 개장 초기에는 주변 약국들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봉은사 주변의 한 약국 관계자는 “조제약과 더불어 각종 건강 관련 제품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품 가짓수가 약국보다 더 많다는 얘기를 들어 긴장을 했었다”며 “아직 눈에 띄는 매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의 각종 진단키트.(사진=강경훈 기자)
일본 돈키호테를 그대로 따온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와 달리 약을 직접 팔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약은 편의점상비약을 제외하고 약국에서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나 숙취해소제, 비타민, 각종 드링크제 등 삐에로쑈핑에서 파는 제품은 모두 약이 아닌 의약외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다. 삐에로쑈핑의 강점은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규모가 작은 약국은 종류 별로 한 두개 회사의 품목만 들여놓지만 삐에로쑈핑은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가짓수가 약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콘돔도 브랜드와 기능별로 20여종, 밴드도 일반밴드, 방수밴드, 습윤밴드 등 종류별로 10여종의 브랜드 제품을 갖추고 있다.

약국에서는 약사가 건강정보에 대해 설명을 해 주지만 삐에로쑈핑은 약국이 아니다 보니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비교해야 한다. 삐에로쑈핑에서 만난 주부 최모씨(42·서울 서초구)는 “건강상품은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신경을 써서 고른다”며 “호기심에 들르긴 했지만 관련 상품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삐에로쑈핑 개점 한 달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브랜드 의류, 화장품, 바디케어, 수입 소스오일, 성인용품 순이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 기업이 약국을 직접 경영하거나 약사를 고용하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약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한 약사는 “법이 바뀌어 드럭스토어나 삐에로쑈핑 같은 곳이 약사를 고용해 약을 팔게 되면 약국이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삐에로쑈핑은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동대문 두산타워, 강남 논현동 등에 2·3호점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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